[fn시론]경제전망은 계속되어야/강종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선임연구위원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08 12:05

수정 2014.11.07 12:18


불확실성 문제는 우리나라 정치·경제에만 유별한 것은 아니다. 또한 시기적으로도 현 시점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사회의 불확실성 증대를 이유로 분기별로 발표하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만약 KDI의 이런 결정이 사실이라면 한번쯤 숙고해 볼 일이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모든 주체들은 끊임없이 전달되거나 의도적으로 획득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해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이러한 극대화 노력은 달리 말하면 오늘의 현실이 그만큼 불확실하다는 증거다. 따라서 오늘날 각 주체들은 다양하게 펼쳐지는 불확실한 요인들을 신중히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한편, 불확실성과 관련해 특히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에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은 경제주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경제전망은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 산물의 하나다.

경제전망이란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을 의미한다. 그리고 경제성장률은 잘 아는 것처럼 일정기간 국민경제의 규모가 변화하는 비율이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국내총생산(GDP)의 크기로 파악한다. 모든 나라는 이 GDP에 대한 전망치를 내놓음으로써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다른 경제적 불확실성을 축소 또는 제거하도록 도움을 준다.

전망이란 예측과 동의어다. 예측은 기지(旣知)의 사실과 경험을 기초로 합리적인 객관성을 가지고 미지(未知)의 사상(事象)을 추측하는 것이다. 여기서 미지의 사상이란 미래의 알려지지 않은 특정한 사상을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상에 관한 진술을 이끌어내는 일이 추측이다. 만약 추측하고자 하는 대상이 경제성장률에 관한 미지의 사상일 때 이 경우 추측행위가 경제전망에 해당된다.

추측은 앞서 언급한대로 기지의 사실과 경험에 의존한다. 그리고 추측하는 당사자가 합리적 직관성을 가져야 추측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과거 정보량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던 시기는 기지의 사실과 경험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합리적 직관성 역시 지난날엔 사회경제 체제의 지도원리에서 사람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철학이 존재함으로써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정보의 홍수 시대다. 미국의 경제학자 존 K 칼브레이드가 지적한 것처럼 오늘날은 사람들에게 확신을 갖게 하는 철학이 없어짐으로써 미지의 경제사상을 추측하는 일이 어렵게 됐다. 이런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경제전망치와 같이 이용가치가 큰 정보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조장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개연성 때문에 경제전망의 중요성이 감소되지 않는다.

경제전망이 중요한 까닭은 미래에 발생할 경제사상의 결과가 경제주체들의 현재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업을 예로 들면 경제전망치에 근거해 미래의 수요를 예측함으로써 투자규모를 결정한다. 정부 역시 수요동향을 예측하지 않고서 재정 지출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 가계가 그들의 소비규모를 결정하는 데 제일 먼저 참고하는 것도 경제전망치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경제전망의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세계화의 진전에서 보듯이 국가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세계 경제의 빠른 구조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는 바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증대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불확실은 경제전망을 통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경제전망은 우리가 국민국가로 존재하는 한 전망이 어렵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경제전망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기회주의에 굴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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