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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콜금리 전격 인하-배경·전망]‘경기 예상보다 불투명’반증



“중심 추(錘)가 물가보다는 경기 쪽으로 조금 기울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물가도 문제지만 경기침체라는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최근 환율이 급락하고 유가 상승세도 한풀 꺾이면서 물가압력이 다소 완화된 점이 금리인하로 가는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이번 조치로 정부는 재정확대, 감세에 이어 콜금리까지, 경기부양을 위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8월 콜금리를 내렸는 데도 불구하고 시장 유동성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실물경기에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국 등 주요국가의 금리 움직임과 반대방향으로 가는 이번 콜금리 인하가 자본이탈과 자산버블(거품)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왜 인하했나=최근들어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유가 상승세가 주춤한 게 금리인하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과 유가 동향이 그간 한은이 안고있는 금리인하에 따른 물가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는 얘기다.

환율은 최근 시장개입으로 급락세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또 국제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WTI)도 지난달 배럴당 51.78달러에서 5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오름세가 한풀 꺾였다.

이같은 점을 고려해 박승 한은 총재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경기와 물가가 다같이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최근 기름값과 환율 하락이 물가에 대한 부담을 다소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콜금리 인하 이후에도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도 추가인하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은 입장에서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 움직임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같은 정책당국의 방침에 대해 한은이 ‘팀워크’에 동참키로 방향을 정한 것이 ‘물가관리 포기’라는 세간의 비난을 무릅쓰고 금리인하에 나서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 경기부양에 ‘올인’=한은이 8월에 이어 석달만에 다시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경기부양에 대한 나름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콜금리를 내려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의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한은의 계산이다. 한은은 ‘금리인하’ 카드를 내던져 재정, 감세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에 경기부양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박승 한은 총재는 “지금은 물가보다는 경기가 더 중요한 시기”라며 콜금리 인하의 목적이 경기살리기에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저조, 수출과 건설투자 신장세 둔화 등으로 내년 1·4분기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금리인하 효과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은이 경제정책의 최후 수단이라 할 수 있는 금리인하 카드를 너무 일찍 빼들었다”면서 “실제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가불안 등 부작용 우려=이번 콜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는 예상외로 크다. 우선 물가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물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인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한은이 물가관리 지표로 삼고 있는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과 기름값을 뺀 물가) 추세를 보면 사정이 다르다.

근원인플레이션은 지난 10월 3.4%로 억제목표인 3.5%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7월 3.1%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를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담뱃값 등 공공요금 인상도 심상치 않다. 또 미국, 중국,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물가상승을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국내외 금리차 역전으로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