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HSBC의 국내진출 파장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2 12:05

수정 2014.11.07 12:11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2 금융회사인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제일은행을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HSBC와 제일은행 지분매각 협상을 거의 마무리하고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HSBC가 제일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얼마 전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에 이어 국내 시중은행은 상당수가 외국계 펀드나 외국금융회사들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나라가 멕시코처럼 ‘금융주권’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결코 기우만은 아닌 것이다.

물론 국민, 우리, 하나, 신한 등 토종은행들이 아직 버티고 있다고는 하나 이들 은행들도 주식의 대부분이 이미 외국인들에게 넘어갔고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선진금융기법과 광범위한 네트워크, 자본력 등에서 이들 외국계 은행들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은행들은 아직도 낙후된 경영기법으로 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금융계를 외국자본이 쥐락펴락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데 국내 토종은행들이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과연 맞서 싸울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는 시중은행들을 외국인에게 헐값에 넘긴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털에 제일은행을 넘겼으며 한미은행, 외환은행을 카라일, 론스타 등 벌처펀드에 헐값으로 인수시켰다. 그것도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말이다. 이들 외국계 벌처펀드들은 당초 인수조건으로 내세운 선진금융기법 전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단기차익을 챙기는데만 급급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우리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의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무작정 외국계 펀드나 은행에 넘겨서는 안된다.

또한 국내기업들의 은행인수 참여를 막고 있는 산업자본의 역차별정책도 재고돼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를 효율적으로 견제할 수 있을 뿐더러 금융주권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라는 명분을 따지기에 앞서 정부는 은행의 소유지분제한 철폐 등 지금 벼랑에 몰린 우리의 금융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은행들도 세계적인 금융사의 진출에 맞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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