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주택공사 시름벗고 활기…직원들 사장 생일축하메일 받고 ‘빙그레’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4 12:06

수정 2014.11.07 12:09


대한주택공사 대구경북지사의 김진식차장과 경영관리실 강호영사원은지난0 10일 오전 아침 출근과 동시에 뜻밖의 메일을 받았다. 다름 아닌 한행수 신임사장의 생일축하전문. 사장으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메일이다. 평소 먼발치에서나 사장을 얼굴을 대하는 직원으로서는 경영자가 항상 멀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것.민간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경영자들이 경조사를 챙겨주는 문화가 익숙하지만 관료적인 주공안에서 낯익은 광경은 아니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취임한 지 얼마되지도 않아 직원들의 신상명세까지 챙겨봤다고 생각하니 좀 신선한 느낌”이라며 “사내에서 생일축하메일을 받은 직원들이 무척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사실 생일축하메일정도는 작은 관심이어서 눈에 띨만한 내용일 수는 없다. 허나 주공직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데는 나름대로 조직 전체에 배여있는 깊은 시름때문이다.


그동안 주공직원들은 전임사장들이 잇따라 비리 등에 연루돼 구속된데다 성품이 깨끗한 것으로 알려졌던 김진전사장마저 중도하차하면서 참담한 상태였다. 직원들 사이에는 “국민의 신뢰로 먹고 사는 공기업에 근무한다는 긍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소 주공직원들은 어느 공기업보다 투명성이 높다고 자부해온 터였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비리집단으로 비쳐진데 대해 상처를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직원들의 정서와 사장의 작은 관심이 어우러지면서 조직 전체가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주공이 활력을 되찾고 있는데는 한사장의 독특한 행보와 크게 관련이 있다. 예전같으면 주공사장이 새로 취임하는 경우 맨처음 진행하는 것이 각 지사순시다. 그러나 한사장은 인사를 겸한 형식적인 지방 나들이를 과감히 생략했다.“연말에는 공급물량이 집중되고 업무량이 늘어나는 시기여서 내년초에나 방문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또한 업무와 관련해 해당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로 물어보는 등 과거 관행적인 형태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직원들중에는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때문에 항상 결재라인을 통해 문서나 임원들에 의해 보고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던 직원들 사이에는 해석이 분분한 모습이다.

직원들중에는 “저런게 민간경영 마인드인가”하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하고 “변화가 실감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또 “민간출신이라 그런지 확실히 다른데..”라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당초 한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의사결정구조 및 결재라인을 간소화시키고 책임과 권한을 하부로 대폭이양하겠다”며 “개인별 업무평가 및 민간업체와도 주택품질에 있어 과감히 경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직원들은 변화와 더불어 주공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또한 처음 맞는 민간출신 경영자를 통해 ‘민간경영마인드’가 접목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