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제일銀 공적자금 5兆 미회수’ 정부책임 논란]매각협상 인사 문책도 못해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5 12:06

수정 2014.11.07 12:07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매각추진을 계기로 정부의 외자유치 및 공적자금 관리정책에 대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칼라일 컨소시엄(한미은행), 론스타(외환은행)에 이어 3번째 반복되는 것으로 쟁점은 ‘투기자본에 금융기관을 매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와 ‘사실상 실패한 매각 책임은 누가 지는가’다.

금융권에서는 뉴브리지캐피털이 매각에 성공하면 1조2000억원대의 차익을 얻게 되지만 정부는 5조원대의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세한 계약내용은 사적계약이란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매각을 이끌어낸 인사에 대한 문책도 사실상 물건너 간 분위기다.

만약 민간 차원에서 같은 액수의 손실을 입혔다면 강도높은 조사와 검찰고발, 뒤이어 민·형사상의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금융권의 핵심 관계자는 15일 “공적자금 미회수분이 늘어나게 된 근본 이유는 계약 당시 뉴브리지측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풋백옵션(부실채권을 사후 매입해주는 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5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추가 투입됐다”고 말했다. 제일은행 매각은 1999년 12월 정식계약을 체결됐다.

그는 또 “외환보유액이 이미 700억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 외자유치를 명분으로 뉴브리지에 은행을 넘긴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곧 털고 나갈 투기자본에 은행업을 넘겨 첫 단추를 잘못 끼운게 연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정부 책임론을 강력 제기했다.

제일은행 매각 당시 계약서를 보면 뉴브리지가 보유주식의 30% 이상을 매각할 때 예금보험공사의 지분도 같은 조건으로 동일비율을 매각할 의무(드레그 얼롱�^Drag Along)를 담았다. 이에 따라 HBC(홍콩상하이은행)가 정부지분까지 사들이면 정부는 제일은행에 투입한 무려 17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중 5조원 이상을 회수할 길이 사라지게 된다.

제일은행 매각협상과 인수를 결정할 당시 정부 총책임자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그는 98년부터 금감위원장, 2000년 1월부터 재경부 장관을 지냈다. 이부총리 직전은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99년 5월∼2000년 1월)이었다.

당시 예금보험공사 사장(99년 1월∼2000년 4월)은 남궁훈 전 금융통화위원이었으며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99년 1월∼9월은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 99년 9월∼2001년 4월은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었다

제일은행 노조 관계자는 “거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한 제일은행을 투기자본에 헐값에 팔아 넘긴 정책실패의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정부는 그 책임을 인정하고 금융정책 감시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의 문제점을 둘러싼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금융경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외국자본의 국내 진출, 핵심 쟁점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는 외자유치 등을 내세운 무기력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일은행, 외환은행), 정부의 자발적인 편법 용인(한미은행) 등이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용기 수석연구원은 “은행업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국내자본을 우선해야 양질의 외국자본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금융감독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진행되거나 진행중인 정책에 대한 설명책임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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