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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최악인데 환율급락 왜]수출 지키려다 되레 부작용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6 12:06

수정 2014.11.07 12:06



“펀더멘털과 완전히 거꾸로 가는 기현상.”

최근 가파르게 진행중인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대해 외환시장이 내린 평가다. 국내총생산(GDP), 콜금리 등 현 우리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면 환율이 떨어질 게 아니라 오히려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통상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자국 통화가치가 올라가면서 달러에 대한 환율이 자연스레 하락하는 게 정설.

따라서 현 우리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환율 급락세는 경제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 봐도 아시아 주요국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최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GDP 성장률은 한국이 5.5%에 그친 데 비해 싱가포르(12.5%), 홍콩(12.1%), 대만(7.7%) 등 경쟁국들은 고성장을 구가했다.


금리 역시 미국 등 세계 주요국가들의 금리인상 기조와는 거꾸로 인하에 나서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물가움직임도 심상치않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 고물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 근원 인플레이션율(농산물과 기름값은 제외한 물가)이 3.5%를 넘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유가 여파를 감안하면 단지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최근 지속되고 있는 원화강세는 경기와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기현상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해 글로벌 달러 약세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하락속도를 보면 이 역시 설명이 미흡하다. 외환위기 이후 7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 하락폭은 전주말 대비 12.50원. 이는 지난해 9월22일(16.80원) 이후 최대치다.

특히 올 들어 원화가치 상승률은 전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15일 환율(1092원)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1192.60원)에 비해 8% 이상 절상됐다.

이는 한은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10개 주요국의 미 달러화 대비 절상률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경기사정을 반영하지 못한 환율급락세를 부른 주범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올 들어 수출만을 고려해 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 원?달러 환율을 인위적으로 통제한 데 따른 부작용의 결과라는 얘기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정부가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 저지선을 만들어 지나치게 수출경쟁력을 높이려 했다가 이를 포기한 게 환율급락의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 의도대로 환율을 틀어막아 수출전선을 사수한 효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전체 수출액 가운데 환율효과는 2%에 불과할 정도인 데 반해 오히려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과도한 관리비용과 한계기업의 연명을 통한 구조조정 지연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손을 떼고 자연스런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동원증권 김영준 책임연구원은 “글로벌달러 반등 이전에는 환율하락세를 뒤집기는 어렵다”면서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고 속도조절로 시장에 시그널을 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정부의 수출기업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는 “정부는 시장에 풀려나오는 달러를 다 빨아들일 여력이 없는 만큼 환율을 시장흐름에 맡겨야 한다”면서 “환율방어에 쏟아부을 돈을 환율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수출기업 지원에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ucool@fnnews.com 유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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