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김주식기자의 클릭! 유통]라면,낱개냐 묶음이냐 ‘전략싸움’치열

김주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7 12:06

수정 2014.11.07 12:05


나홀로 게임을 계속 감행해야 하나…. 농심이 고민에 휩싸였다. 골머리를 앓기는 삼양도 마찬가지. 선수층이 얕은 오뚜기와 해표의 심경은 오죽하랴. 농심의 돌출 행보에 따라서는 전략수정이 불가피한 상황. 서울 시내 모할인점에 옹기종기 걸터 앉은 라면들은 연일 좌불안석이다.

맨 언저리에 박힌 감자면 코너는 가시밭에 다름아니다. 삼양·오뚜기 감자면이 농심의 독특한 기행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어서다. 자신들은 4개묶음 번들(Bundle)을 구축해 팀워크를 구사하는 반면 유독 농심은 나홀로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농심의 그 깊은 속을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없으니 입술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농심의 돌출 행보에 따라 이들 4두 마차들의 판로는 갈 지(之)자를 그려낼 게 분명해보인다. 감자면의 개척자 해표는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형국. 시장상황에 따라 번들·낱개 전략을 번갈아 구사하고 있다. 해표는 그러나 1년 이상 농심과 국지전을 펼쳤지만 이렇다할 승전은 단 한차례도 없는 상황.

벼랑에 몰린 해표·삼양·오뚜기 3국은 급기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묶음이냐? 낱개냐? 묶음판매의 경우 고객의 손길 단 한번에 4개가 뭉뚱거려 팔려나가는데…. 맞수 삼양은 농심의 나홀로 기행이 오히려 천만다행이라는듯 자위하며 회심의 미소를 띄운다. 삼양의 입장에서 따지자면 농심이 시간과 돈만 축내는 허탕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농심의 전략을 들여다보면 삼양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농심은 몸값을 부풀리는 ‘가치전략’을 펴고 있다. 희소가치 극대화를 위해 얼굴을 내미는 것조차 꺼릴 정도. 자연 회전율도 높아 동나기 일쑤다. 대체 어떤 라면이길래? 궁금증이 농심 감자면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티저’(teaser)마케팅기법이 주효한 셈이다. 농심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간 뒤 내년 초께나 4개들이 번들전략을 구사한다는 복안이다.

왜 4개묶음인가. 2000원대 가격으로 낮추자니 4개묶음이 태동했다. 해표 2850원, 삼양 2560원. 2560원인 오뚜기는 20% 할인한 1920원으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중 해표는 ‘화학조미료 무첨가’를 자랑하며 향후 잠재미식가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라면 매장의 최대 격전지는 역시 전통라면코너. 농심 신라면과 삼양 참라면, 그리고 오뚜기 진라면 등이 일찌감치 5개들이로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 신라면이 라면의 ‘황제’격이라면, 삼양라면은 라면의 ‘시조’이다. 신라면 2150원, 삼양라면 2120원, 진라면 2100원 순으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라면의 승부처는 맛과 저가격성, 그리고 조리의 간편성. 우리네 할인점 라면매장은 늘상 가격파괴에만 매달린다.
진정한 가격파괴는 그러나 단순한 에누리와는 다르다. 2000원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4개들이 번들전략을 펴기보다는 ‘소비자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맛과 질에서 보다 진화된 라면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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