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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바뀐 은행 면접,뽑는사람도 ‘진땀’


#1. 지난 16일 오전 우리은행 경기 안성연수원 신입행원 면접장. 각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끝낸 후 집단토론이 시작됐다. 면접관이 토론시작을 알리며 스톱워치를 꾹 누르자 면접자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어리기 시작한다. 투자금융(IB)부를 지원한 6명의 면접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유동성 위기에 처한 카드사를 살리기 위해 은행이 추가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재정경제부와 이를 거절하는 채권단 간에 10분 만에 합의문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재경부 대표를 맡은 한모씨는 “현재 카드사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어 추가지원만 되면 회생가능하다”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추가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이에대해 채권단 대표의 반론이 이어졌다. 김모씨는 “지난해 2월 이미 5000억원을 지원했다”며 “추가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단기 유동성 부족이라는 당시의 분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국 이들은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감점이 된다”는 감독관의 조언에 ‘카드사의 충분한 구조조정이 수반되고 주식이외 추가담보를 잡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낸다.

#2. 점심시간 후 진행된 위기탈출테스트 게임. 개인금융을 지원한 12번팀 9명의 면접자들은 배가 조난됐을 경우를 가정해 나침반, 화장거울 등 각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5가지 구호품의 순서를 매긴다. 이후 주어진 시간 내 팀원들과 함께 구호품 순서를 공동으로 다시 매긴다. 감독관의 독촉이 이어진다. “5분 남았습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감점합니다. ”

게임이 끝난 후 자신이 매긴 구호품 순서와 팀이 공동으로 매긴 순서간에 얼마나 차가 나는 지를 체크한다.

개인의 구호품 순서와 팀이 매긴 순서가 많이 다른 한 면접자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흐른다. 옆자리 면접자의 표정도 일그러진다. 이 팀의 간사는 “팀원들의 의사를 공정하게 반영하지 않고 개인의 뜻대로 팀을 유도한다”는 면접관의 지적을 받아 교체되는 상황에 이른다. 간사는 “정말 공정하게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쉰다.

이 게임에는 트릭이 숨어있다. 면접관이 관찰하는 것은 개인의 구호품 순서와 팀 구호품 순서간의 차가 아니다. 압박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잘 해결해 나가는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는지, 또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하는 지가 관건이다.

마지막 게임은 창의력테스트. 1시간 안에 수수깡으로 자기팀을 내세울 수 있는 상징물을 만들어내는 과제다. 개인금융을 지원한 17번 팀원들은 ‘우리는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를 주제로 수수깡과 색종이를 가지고 그럴듯한 배 한척을 뚝딱 만들어냈다.

#3. 다른 방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투자금융, 경영지원 등 분야별로 달리 주어진 과제에 대해 면접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5분씩 발표한다.

기업금융에 주어진 과제는 ▲다른 은행과 경쟁이 치열하고 금리에 민감한 대기업 ▲리스크가 크지만 공장을 담보로 하는 중소기업 ▲성장성과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 중 우리은행이 중점공략할 기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논리를 펴는 것이다. 여기서도 정답은 중요하지 않다. 논리와 과정이 포인트다.

최모씨는 중소기업-벤처-대기업 순으로 꼽았다. 이유는 중소기업은 리스크가 크지만 공장담보가 있고 우리은행과 주거래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면접관은 “최근 공장 낙찰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알고 있느냐”, “기업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제일 먼저 무엇을 보겠느냐” “같은 펀치를 맞았을 때 세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똑같다고 생각하느냐” 등의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최모씨는 씨익 웃으며 “대기업이 영향을 가장 덜 받을 것 같지만 중소기업의 수익성에 무게를 뒀다”고 답했다.

은행의 신입행원 채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임원과 면접자들이 질의응답식으로 면접을 보는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실제 상황을 통해 은행업무에 대한 지식을 비롯해 위기대응능력, 창의성, 성격과 발표력 등을 고루 평가한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응시직군중 투자금융과 경영지원분야를 추가하고 게임과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면접항목에 새로 넣었다. 면접대상자 150명에 면접관만 무려 60명에 이른다. 면접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꼼꼼히 관찰하겠다는 의도다.

달라진 채용방식에 면접관들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한 면접관은 “지금 시험보면 기자는 붙을 수 있겠어요”라고 되묻는다.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이 ‘노’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는 면접관들도 마찬가지. 이들은 “지금처럼 뽑으면 나도 떨어졌을 거야”라는 농담섞인 말로 답을 대신했다.

/ scoopkoh@fnnews.com 고은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