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테크윈 ‘디카 해법’ 골머리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2 12:08

수정 2014.11.07 11:58


연말이 다가오면서 삼성테크윈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디지털 카메라 1등 전략을 마련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진지 거의 1년이 가까워 오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모범답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은 최근 올해 초 발족한 ‘디지털 카메라 일류화 테스크 포스팀’을 중심으로 신제품 개발계획과 마케팅 전략 등 ‘삼성 케녹스 1등’에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중하위권에 맴돌고 있다.

시장분석기관인 GFK코리아가 지난 9월 디카 국내 판매동향을 조사한 결과 삼성 캐녹스의 시장점유율은 11.0%로 5위를 기록했다. 이는 1위 소니(21.0%)의 절반 수준이다. 테크노마트 등 가전 할인매장들의 집계에서도 캐녹스는 소니 캐논 니콘 등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캐녹스가 힘을 못쓰는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디자인의 문제점을 꼽고 있다.

GFK관계자는 “디카의 품질은 제품마다 거의 엇비슷해져 가고 있다”며 “캐녹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도 올해 연초 삼성테크윈 임원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국내에 경쟁상대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왜 1등을 못하느냐”고 질타한 뒤 “캐논 올림푸스에 비해 디자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이 회장의 말에는 ‘삼성’이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도 실력발휘를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다.

신제품의 출시건수도 경재업체들에 비해 부족하다. 올해 소니와 캐논 등 주요업체들이 2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인데 반해 삼성테크윈은 15종을 내놓는데 그쳤다.

삼성테크윈은 자주포와 항공기 엔진 등 방위산업의 그늘을 벗어버리고 첨단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면서 올해부터 디카와 카메라 모듈 등 광디지털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회사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실제로 삼성테크윈의 주가는 이달 중순 들어 지난해말에 비해 무려 46.3%가 감소해 삼성 계열사 중 최대낙폭 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디카 등 광디털 사업에 희망을 걸었던 투자자들의 실망매물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삼성테크윈이 첨단기술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혁신 마인드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메라 모듈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기와 비교할 때 삼성테크윈 직원들은 수동적이고 시장의 변화에 둔감한 편”이라며 “하루 빨리 방산업체의 속성을 버리고 사막에서도 모래를 파는 영업 마인드와 첨단업종에 걸맞는 감각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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