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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산책로]분노는 승부를 앗아간다


승부를 결하는 세계에서 절대로 경계해야 할 심리 상태가 분노의 감정이다. 때문에 중국의 격언에서도 ‘감정을 조절하라, 그렇지 않으면 감정이 너를 다스릴 것이다’라는 주의가 있다. 사무라이의 격언에도 ‘분노하는 자는 인생에서 뿐 아니라 전쟁에서도 패배한다’고 되어 있다.

클럽 챔피언 결승전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다. 유망주 두 사람이 각각 앞뒤 조에 편성되었다. 뒷조의 유망주가 화가 단단히 났다. 앞조의 유망주가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골퍼들이 수시로 경험하는 바이지만 기다리다 보면 리듬도 박자도 깨져 미스 샷이 날 때가 많다.

내가 봐도 앞조의 유망주는 병법의 이일대노(以逸待勞; 편안함으로써 고통스러움을 기다린다)를 구사하고 있는 듯 했다. 그날 뒷조의 유망주가 승리는 했다. 그날은 그랬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흥분하는 쪽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부관(釜關) 페리호가 시모노세키항에 입항할 때 오른쪽에 후나지마라는 섬이 보인다. 이 섬은 희대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고지로오가 승부를 결한 곳으로 유명하다. 무수히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그날 무사시는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일생 60여회의 진검 승부를 한 무사시는 단 한번도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상대가 분노하고 초조하도록 늦게 가거나, 아니면 먼저 가서 기습했다.

그날 고지로오는 무사시의 지각에 격분했다. 결국 고지로오는 무사시의 칼에 베어졌다. 고지로오의 제자들이 달려왔으나 무사시의 배는 때마침 썰물을 타고 도주했다. 무사시는 그냥 지각한 것이 아니라 썰물의 시간까지 계산했던 것이다. 반면 고지로오는 분노 때문에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국제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普佛)전쟁에서 비스마르크에 속은 프랑스는 분노했고, 결국 프랑스는 패배했다.

노자는 승이불미(勝而不美·승리해도 그 모양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했으나 역시 승부의 세계에서의 해답은 승리뿐이다.

/김철(뉴서울C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