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發券力동원 환율 방어’ 신중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3 12:08

수정 2014.11.07 11:57


달러에 대한 원화의 환율 급락(원화가치 급상승)을 막기 위해 시장개입을 주도했던 정부가 한국은행에 발권력 동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재정경제부의 외환시장 안정용 국채 발행한도가 거의 바닥을 보이자 한국 정부의 시장개입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 하락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최근의 원화환율 급락은 가파른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수출이 우리경제의 버팀목인 상황에서 단기간에 걸친 환율의 급락은 수출기업들의 목줄을 조일 가능성이 크고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수단이라도 동원해 환율하락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거의 공개적인 정부의 개입은 그러나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근의 환율급락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원화절상 속도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가파른 것은 그동안 정부가 무리하게 외환시장에 개입, 인위적으로 환율하락을 막아온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시장흐름에 맞서 막아놓았던 환율이 압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온 것이다. 미국의 약(弱)달러 정책은 더욱 강력하게 유지될 것이고 이에 따라 원화환율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재의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발권력 동원을 요청한 정부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과연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외환전문가들도 한은의 시장개입이 환율하락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고 오히려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쳐 물가불안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부작용을 우려해 정책당국이 속수무책으로 있을 수는 없지만 한은의 시장개입은 시장의 혼란을 걷어내면서 수출기업들이 환율하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입의 타이밍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하다.
발권력 동원은 기왕의 외환시장 개입과는 차원이 다르다. 물가불안까지 염려해야 하는 고강도 처방인 것이다.
타이밍을 잘못잡으면 달러 매도세력의 배만 불려주고 물가는 상승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