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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성장엔진 자동차산업]전문가 기고/조성재 노동硏 연구위원


덴소라고 하는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부품회사를 얼마 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기업경쟁력을 지지하는 기술을 첨단기술, 제품기술, 생산기술, 그리고 기능의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생산현장의 기능과 숙련에 대해 제품기술 등과 동렬의 위치를 부여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필자가 알기에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완성차업체건, 부품업체건 생산현장의 인력은 가급적 자동화된 기계로 대체되어야 할 존재로 인식되거나, 로봇 투입의 채산성이 나오지 않을 때 불가피하게 활용해야 할 투입요소로 간주된다. 따라서 현장의 생산인력에게 요구되는 것은 철저한 근로윤리이거나 주어진 작업에 대한 숙달 정도일 뿐이다. 단언컨대 이 같은 경영이념 하에서는 일본 자동차산업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으며, 거꾸로 중국에 추월당할 뿐이다.

노동조합 역시 숙련을 향상시켜 노동력의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주어진 단순반복 작업과 교대제 근무의 고통 등을 노조의 단결력에 의하여 더 높은 임금과 복지, 더 짧은 노동시간으로 보상받으려 할 뿐 신명나는 노동과정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은 이제까지 매우 부족했다. 완성차업체 등 기업규모가 큰 곳에서는 지불능력이 있어서 고임금과 양호한 복지로 이러한 요구를 무마해왔지만, 그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내하청을 확대하고 아웃소싱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구사해온 것이다.

즉 대기업 정규직이 하는 일이나 영세기업 노동자가 하는 일에 차이가 없다면 사용자는 가급적 외부의 풍부한 저임금 계층을 활용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며, 이것이 결국 노동시장의 이중성을 심화시키게 된 것이다. 기업규모간에 생산성 격차 이상으로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 결국 노동귀족이라는 비난이 뒤따를 수밖에 없음은 지난 수년간의 노사교섭 과정에서 익히 들어온 바이다.

이제 한국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이 어떤 약속을 하고, 노조 전임자의 수를 몇 명으로 하며, 경영참가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 형식에 치우친 교섭이 아니다. 노사가 변화하는 글로벌 경쟁환경 하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내야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때이다. 노사관계의 내용에 주목하게 되면, 형식에 대해서는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며, 사실 갈등의 처리 절차 등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노사관계의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앞서 제기한 숙련과 기능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인력의 질은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이제까지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것도 이 같은 현장인력의 기여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 인력의 기능은 개인화되고 암묵적인 형태로만 존재한다. 즉 오랜 기간 공장에 근무함으로써 문제해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명시적인 지식체계로 취합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직적인 역량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체계화의 부족은 다시 숙련의 더 높은 고양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요타나 덴소 등 일본 기업은 이와 달리 현장내 선배사원의 지도가 현장외 이론학습 및 단계별 훈련과 결합됨으로써 조직적으로 숙련이 발굴되고 전승되도록 한다.

어느 나라가 더 높은 경쟁력을 지닐 것인가는 물어보나 마나이다.
다행히 중국 공장들을 둘러본 결과 아직은 한국의 암묵적이고 개인화된 숙련조차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중국에는 일본기업을 비롯한 수많은 다국적기업이 들어와 생산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공장운영방식의 선진화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자, 이제 한국의 노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당장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나누어갖고, 그것에 누가 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계속 형식적 절차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부가가치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위하여 노사관계의 논의 내용을 바꿀 것인가? 숙련이나 교육훈련은 이제 더 이상 당위적으로만 좋은 피안의 세계에 있지 않으며,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는 생존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