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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연기금 의결권 행사 재확인]“경영권 방어 위해 꼭 필요”

이진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4 12:09

수정 2014.11.07 11:54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4일 국민연금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재계 및 한나라당의 주장을 일축함으로써 연금기금관리법 처리를 놓고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등 증권업계도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 합병(M&A)때 연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재계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경영권 간섭’ 이유로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대하면서도 대기업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공사 설립·기금 아웃소싱 등 거론=우리당은 이날 연기금 투자 관련 간담회에서 연기금의 투자대상 자산 다양화를 통해 자산운용의 효율성은 물론, 장기적으로 자산의 수익성 및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계안 우리당 제3정조위원장은 간담회 브리핑에서 “현재의 연기금 운용방식은 자산 규모가 거대화됨에 따라 전체 경제구조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며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육성을 통한 자본시장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위원장은 “연기금 체계에서 크게 연금정책과 연금운용으로 구분되는데 독립성, 공공성 등을 보장하기 위해 연금정책은 정부에서, 연금운용은 독립기구가 맡는 큰 틀을 갖추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당은 현행 연기금의 자산운용위원회를 공익법인인 공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위의 공사화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방안으로 기금운용 방향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기구에 외부 민간인을 60% 이상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독립성은 보장하지만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기 위해 연기금 운용주체를 공익법인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 자산운용사에 연기금을 위탁운용하는 아웃소싱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는 우리당 김진표 의원이 적극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연기금의 독립성, 안전성을 위해선 아웃소싱이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당 관계자는 전했다.

김의원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특정 자산운용사에 맡기거나 여러 운용사에 분산 위탁하면 수익보장과 함께 투명성이 현재보다 훨씬 개런티하는 자산운용사에 맡기면 수익보장과 투명성 면에서 훨씬 잘 관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당은 24일 한나라당과 원탁회의에서 연기금 관련 법안을 논의하면서 기금운영위의 명칭, 위원 구성 및 위원 추천권자 등 세부적인 내용을 의제로 제안했다.

한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연기금의 뉴딜 투자를 위한) 물꼬는 트되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는 기금운용위가 결정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장관은 “(당이) 연기금을 활용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를 막겠다는 정책 방향에 공감한다”며 “그러나 경제부처가 국민의 적금통장을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는 인상을 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재계 ‘적대적 M&A’ 우려=한편,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금 우리 기업들은 외국인에 의한 ‘경영권 불안’이라는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며 적대적 M&A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나타냈다.

박회장은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와 국회의원연구단체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대표 정덕구?열린우리당)가 공동주최한 ‘자본시장의 완전개방과 경영권 보호장치’ 토론회에서 축사 연설을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이제는 기업들에 대한 족쇄를 풀어주기 바란다”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입법부에서만이라도 기업들이 악의적 인수합병에 대해 동등한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게 최소한 역차별이라도 없애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박회장의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위기’ 발언은 전날 전경련 등 경제4단체 부회장단 회의에서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이라며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대한다는 입장과 비교해 볼 때 외국자본에 불안해 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부개입도 불편해 하는 재계의 이중적 심리상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늘어=올들어 국민연금기금이 상장기업이나 등록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은 올들어 9월까지 주주로 등재돼 있는 345개 기업 가운데 99%인 341개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293개 가운데 60%인 164개 기업에 의결권을 행사한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2002년에 주식 보유기업 257개중 138개 기업(53.4%)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의결권 행사 내용 중 대주주나 주주가 낸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기업은 올해 1∼9월 15개로 2003년 11개, 2002년 6개에 비해 늘어났다.

국민연금은 특히 올해 미국계 투자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위협에 대해 ‘백시사’ 등장, M&A를 저지했다. 국민연금은 또 현대그룹과 금강고려화학의 경영권 분쟁이나 LG상사의 이사선임 등 예민한 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의 경우 국민연금은 금강고려화학이 1000억원을 들여 현대엘리베이터나 현대상선 등의 주식을 대량 매입함으로써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며 상임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공단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사실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으나 올들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기업에 대해 의사표시를 적극적으로 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다”면서 “의결권 행사는 주주의 당연한 권리며 이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연금공단은 지난해까지 내부 지침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해오다 올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기금운용규정을 신설했고 시행 세칙도 마련했다.

세부 기준에 따르면 3% 이상의 주식을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때는 기금운용본부장과 팀장으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에서 심의·승인을 받아 행사하면 된다.
이사장에게는 사후 보고하는 체제다. 3% 미만이면 기금운용본부장이 알아서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 jinulee@fnnews.com 이진우기자

■사진설명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증권업계 관계자들과 연기금의 주식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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