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생산지수 9개월만에 최저]내수·수출‘동반 부진’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29 12:09

수정 2014.11.07 11:49



높은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고 내수회복도 지지부진해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점차 나타나고 있다.

사실상 우리경제를 이끌고 가고 있던 수출마저 증가세가 둔화되고 내수관련 각종 지표들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백화점의 도소매판매가 비록 8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2개월 연속 감소폭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내수가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지수 9개월 만에 최저=지난달 생산지수 증감률은 전년동월대비 5.7%로 지난 1월의 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계산했을 경우에는 -0.9%로 지난 6월(-2.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산업생산지수는 지난 5월 13.5%를 보인 이후 6월에는 12.4%, 7월에는 다시 13.0%를 기록하는 등 등락을 이어오다 8월에는 10.6%, 9월에는 9.5%로 뚜렷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을 제외하면 생산지수는 -0.6%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만을 제외할 경우에도 생산지수는 1.3%로 ‘뚝’ 떨어진다. 국가의 생산체제가 반도체와 일부 산업분야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생산활동이 떨어지는 것은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수현황을 보여주는 도?소매판매를 보면 지난 8월 -2.0%와 9월 -0.7%를 기록해 갈수록 도소매판매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에는 그 하락폭이 더 커져 -2.3%를 기록했다. 내수용 소비재 출하율도 8월 -4.0%에서 9월에는 -4.2%로 커졌고 지난달에는 -6.7%로 하락폭이 더 커졌다.

내수와 생산지수가 하락 추세를 지속하면서 설비투자 역시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기기기나 장치, 통신기기 및 자동차 부문에서 투자가 감소해 전년동월보다 0.9%가 감소했다. 8월 5.0%로 잠시 투자가 이뤄지는가 싶더니 9월(-0.5%)에 이어 두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건설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 역시 공공부문의 감소로 인해 4.8% 증가에 그쳐 8월(9.9%)과 9월(17.3%)에 비해 크게 줄었다.

◇수출용 제품 출하율 11개월만에 최저=내수침체보다 더 크게 걱정해 왔던 수출둔화 현상도 실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출을 위해 생산하는 수출용제품 출하율이 16.1%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15.4%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수출용 제품 출하율은 수출호조에 힘입어 올들어 지난 1월(17.9%)을 제외하고는 매달 20% 이상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왔다. 그러나 7월 21.8%를 기록한 이후 8월 21.5%, 9월 21.0%로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에는 급기야 20%대가 무너지고 만 것이다. 사무회계용 기계와 기타 운송장비 부문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으나 그나마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들의 ‘고군분투’로 간신히 두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신승우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며 “지난해의 높은 증가율에 따른 기저 효과가 커 증가 폭이 올들어서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침체 가능성 우려=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6.5로 9월보다 0.4%포인트가 더 줄어들었다. 지난 4월에 전월대비 -0.1포인트가 감소한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향후의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역시 2.2%로 전달과 변함이 없었다. 선행지수는 지난 3월 3.6%를 보인 이후 계속 하락 추세를 지속해 오고 있다.

이에따라 우리경제가 자칫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노동시장의 고임금과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으로 고용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이는 다시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저성장과 고용부진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저성장과 고용부진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좌승희 한국경제 연구원장은 “경기침체가 이어질 경우 수 년 안에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분배보다는 공정경쟁과 그에따른 명확한 성과급을 제공해 경제 구성원들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여 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산업생산의 증가 시점과 산업생산 능력이 증가하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경기 사이클이 갈수록 달라지기 때문에 현재의 경기 상태가 침체 국면인지는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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