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환율 共助’선언적 의미 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30 12:09

수정 2014.11.07 11:48


한·중·일 3국 정상이 라오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환율의 안정을 위해 공동노력키로 합의했다. 달러에 대한 급격한 환율하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에 놓인 한국의 주도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일단 정상외교의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합의가 선언적 의미 이상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약(弱)달러 공세에 맞서 환율안정을 위한 공동 보조를 취하기엔 3국이 처한 입장이 워낙 달라 거센 흐름을 막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달러 약세가 3국 모두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은 물론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경우는 수출 의존도가 워낙 높아 달러 약세가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가장 초조한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는 그러나 경제가 회복기에 있고 급격한 환율 하락만 피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달러 약세의 주요 타깃은 사실 중국이다. 국제전문가들은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단행할 때까지 미국의 공격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막대한 해외 핫머니의 유입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은행들의 부실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형편이어서 선뜻 위안화 절상을 받아들일 입장이 아니다. 자칫하면 경(硬)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가 “미국이 자국의 경제문제(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환율제도 조기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쪽은 한국과 일본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이다. 당초 정상회담 의제에 없었던 환율문제를 노무현 대통령이 들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게 한국의 다급한 상황을 입증하고 있다.


공동보조를 취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의 고위관계자가 환율방어를 위한 공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원화가 ‘기축통화’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사실상 공조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수단이 없음을 시인한 셈이다.
중국에 환율제도 개편을 요구할 입장이 아닌 한국으로서는 통화절상의 피해를 함께 입고 있는 일본과의 환율방어 공조에 우선 치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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