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메이드 인 코리아 국가대표 기업]삼성전자 1곳서 총수출 17% 맡아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05 12:13

수정 2014.11.07 11:43


지난달 4일 노무현 대통령은 인도 뉴델리 공항에서 숙소로 향하는 차안에서 도로 양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한국 상품들의 홍보판을 보고 가슴이 찡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외국 방문길에 한번쯤 느꼈을 뿌듯한 자부심이 노대통령의 가슴 한 곳에서도 솟았을 것이다.

이 길에는 삼성과 LG의 제품 광고판만도 수십여개 설치돼 있다. 이제 기업의 광고판은 단순한 제품홍보효과 뿐 아니라 한국민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모국에 대한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의 얼굴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 “국가대표가 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은 한국상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이에 앞선 러시아 방문에서 ‘기업이 바로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노대통령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우리의 국가대표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는 세계적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할 기업이 튼튼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본지는 국가대표기업 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 이들이 국가경쟁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활약상, 글로벌 경쟁력 등을 짚어본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무현 대통령이 건국이래 처음으로 국빈방문한 영국, 폴란드 등은 ‘KOREA’보다는 삼성, LG, 대우 등 우리 전자 브랜드에 익숙한 나라다. 유럽인들에게 KOREA’는 월드컵, 올림픽 등 세계적인 행사가 치러질때면 가끔씩 듣는 동방의 작은 나라이지만 삼성, LG, 대우 등은 수십년전부터 생활속에 파고 든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폴란드 시장에서 TV·모니터 1위, 캠코더·프린터 2위를 차지하며 AV, IT시장을 주도해 나가고 있으며, LG전자, 대우일렉트트로닉스는 가전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삼성전자 프랑스판매법인(SEF)은 매출기준으로 프랑스 전체 기업 중 300대 기업에 선정됐다. 프랑스 유력 경제 월간지 ‘앙주레제코(Enjeux Les Echos)’는 12월호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이 한국기업 중 최고인 프랑스 전체 기업 중 254위, 전자업체 중 1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KOREA는 몰라도 삼성, LG는 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쯤되면 누가 뭐라해도 국가대표브랜드는 ‘삼성, LG’등 우리 기업 브랜드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해외경제실장 겸 금융실장)와 삼성인력개발원 신태균 상무가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이 이같은 사실을 반증해준다. 이들은 케냐와 탄자니아 정부 초청으로 ‘삼성 신경영’을 강연 하기 위해 머물던 탄자니아 한 호텔에서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예약 리스트에 ‘Mr Kim, samsung, Japan’이라고 기록돼 있었던 것. 현지 지사장이 예약하면서 출신국가를 불러주지 않았으나 호텔 예약 담당자가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 개혁 10년 성과와 인재육성 전략, 교육프로그램을 양국 대통령실과 정부 고위관료, 기업인들을 상대로 강연신경영을 강의하는 중에 ‘글로벌 기업 삼성=코리아’라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국가대표 브랜드는=삼성그룹의 연간 매출이 한 때 우리나라 국가 전체 예산을 넘어선 적이 있다. 지난 2000년 삼성의 매출은 132조였다. 국가예산과 그룹 매출을 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어쨋든 삼성그룹의 매출은 당시 국가예산 127조4415억원보다 4조5000억원 가량이 많았다.

삼성 매출의 국가예산 추월현상은 132조원을 기록한 2001년에도 계속돼 139조4877억원인 국가예산보다 무려 6조5000억원가량 많았다. 삼성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살림규모만으로는 국가 이상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 매출기준이 결합재무제표에서 중복된 이후 다시 국가예산이 앞섰지만 삼성의 이같은 기록은 사상 처음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회장 취임 6년후인 93년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과 삼성헌법을 선언했다. 이회장은 “180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거듭된 훈련을 통해 220야드까지 날릴 수 있지만 250야드 이상을 날리려면 골프채 쥐는 방법부터 자세까지 전부 고쳐야한다”며 기초부터 바꿀 것을 강조했다.

신경영 선언후 10년간 매출은 4배, 세전이익은 2300억원에서 14.2조원으로 62배, 시가총액은 3.6조(증시내 비중 5.6%)에서 74.8조(26.8%)로 21배 늘면서 결국 국가예산보다 더 큰 규모의 기업을 일궈냈다.

외형적으로는 반도체, LCD, PDP 등 1등 제품을 끊임없이 생산해 낸 노력이 큰 몫을 했다.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함께 한시라도 한 눈 팔지 않도록 위기경영을 강조하고 인재·품질·디자인경영 등 시기적절한 대응책을 구사한 경영진의 혜안이 적중했다.

삼성이 국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다. 올해는 반도체, 휴대폰, LCD 등 삼성전자의 수출신장에 힘입어 25%를 향해 치닫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5분의1을 넘어 4분의1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삼성의 수출은 지난 99년 238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6.6%을 차지했었다. 지난해 377억달러(20.0%)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과 반도체를 제외한 전자부문에서 쌍두마차를 형성하고 있는 LG그룹의 수출액은 지난해 300억달러였으며 올 상반기 수출액은 180억달러로 전년대비 20%가량 신장했다.

◇국가대표기업은=대기업 집중현상이 두드러진 국내 현실에 미뤄 국가대표기업을 꼽으라면 삼성전자, LG전자,현대·기아차를 들 수 있다.

이중 최고 경쟁력을 갖춘 한 곳만을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수출액은 205억6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 1232억9000만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68%였다. 삼성전자의 수출이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국가경쟁력을 키워 온 것이다.

1972년 0.038%였던 삼성전자의 수출 비중은 94년 10.38%로 10%를 넘어선 뒤 2003년 14.86%에 이어 올해 15%를 깨고 20%를 향해 치닫고 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972년 13.6%, 1980년 55.54%, 1989년 62.57%, 2003년 78.55%, 2004년 2·4분기 82.78%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같은 눈부신 성장에 힙입어 삼성전자는 수출효자기업에 수여하는 수출 최고액 탑을 매년 갱신하는 기록을 갖고 있다. 삼성은 올해 무역의 날 350억불탑을 수상하는 등 해마다 무역의 날이면 최고 수출탑을 독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출액에 LG전자,현대·기아차의 수출액을 합치면 국내 전체 수출의 30%를 넘는다.

올 상반기 수출액은 LG전자가 80억3000만달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70억2000만달러와 30억8000만달러로 삼성전자 매출을 포함하면 386억9000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1.38%에 이른다.

LG전자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1년 5.4%, 2002년 5.7%였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6.5%대로 높아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2000년 3.9%, 2.47%에서 올해 5.7%, 2.5%로 수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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