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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벤처 외국계기업서 싹쓸이]자금난에 M&A 무방비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인식됐던 코스닥 정보기술(IT) 벤처들이 외국계 기업에 줄줄이 넘어가고 있다.

이같은 외국기업의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싹쓸이 현상'은 IT경기 와 코스닥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주원인이다. 더이상 참을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면서 유망한 기술력을 어쩔수 없이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자금조달은 제도권은 물론 직접금융시장에서도 사실상 끊긴상태이다.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등록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는 108건 6779억원. 건수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7%, 금액으로는 14.7% 감소한 규모다. 특히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당시인 지난 2000년(3월10일 2843.40포인트) 168건 4조5748억원의 64.2%, 14.8%에 불과하다.

이같은 자금난은 부실화로 이어져 올들어 36개사(거래소 상장 2개사 제외)가 감사의견 거절 및 부적정(21개), 최종부도(5개), 자본전액잠식(1개) 등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정도로 심각하다.

◇알짜 사업부문 영업양수 바람=IT경기 위축과 증시 침체에 직면해 기업의 생존·성장전략을 찾아야 하는 코스닥 IT 벤처들은 IT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외국계 기업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국내 IT산업 기반 약화 우려감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공개시장의 노출을 꺼리는 외국계 기업들이 핵심사업부문만을 인수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또한 주요 거래처로 피인수되는 등록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휴대전화개발전문업체 기가텔레콤이 지난 10월 계약을 통해 중국계 미국 통신기기 업체인 유티스타콤에 양도(양수도금액 214억원)키로 한 것은 CDMA 연구개발 부문이다. 종합기계경비업체인 에스오케이도 주력사업인 기계경비부문을 지난달 영국계 데본셔캐피탈에 75억원에 매각하는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주요 거래처 외국계 기업으로 피인수 잇따라=싱가포르 소프트웨어 및 멀티미디어그룹 크리에이티브그룹이 디지털큐브(옛 콜린스)의 사실상 지배주주(19.24%)로 부상하게 된 징검다리는 MP3플레이어 주요 거래처인 디지털스퀘어였다. 디지탈스퀘어의 자본투자 뒤 콜린스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현재 우회등록한 것.

와이지-원을 인수한 네덜란드 IMC B.V.는 세계 2위 절삭기 생산업체인 이스라엘 이스카사가 대주주로 이스카사는 와이지-원이 지난 15년간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해외 주거래처 중 한 곳이다.

최근 중국 온라인게임 유통업체 샨다(盛大·Shnada)사의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 인수는 역설적으로 액토즈와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 전설’를 발판으로 성장했던 외국계 기업의 역인수인 셈이다.

이처럼 코스닥 IT 벤처를 타깃으로 한 외국계 기업들의 M&A 열기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미래진행형이다. 현실화될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자금력 앞세워 외국계 M&A 지속 전망=에스오케이의 양수주체인 데본셔캐피탈은 아·태지역 기업들을 타깃으로 M&A) 등을 주력으로 하는 영국계 투자은행으로 이미 한국법인을 통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G위카스(옛 세계물산) 인수에 참여하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 유티스타콤 또한 지난 2월 현대시스콤의 CDMA 연구개발 부문을 인수, 국내기술 유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업체다.


미국 AP 핸더스그룹은 PC전문업체 현대멀티캡과의 인수 계약을 남겨놓고 있다. 스테핑 모터 부문 세계 1위 업체 모아텍도 최근 협상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홍콩업체로부터 기업 인수 제안을 받아 다양한 방안이 검토돼왔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IT업계 최고수준의 기술력과 마케팅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코스닥기업들은 최우선적으로 외국계기업의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swshin@fnnews.com 신성우 강두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