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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라크전 발목잡힌 부시/김성환기자


“이라크전에 쓸 장갑장비가 부족합니다.”

쿠웨이트 부에링 기지에 근무하는 한 미군 병사는 8일(현지시간)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에게 불만을 터뜨렸다. 그의 말을 듣던 2300여명의 동료 장병들이 열띤 박수를 보냈다.

럼즈펠드는 당황했다. 질문 내용을 무엇이었냐고 다시 물은 뒤 그는 군색한 답변을 내놨다. 본국의 생산능력에 문제가 있으며 군인이라면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곧 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언제까지 복무연장을 계속할 겁니까.”

럼즈펠드는 “전시 복무연장은 당연한 원칙”이라며 “복무연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으나 계속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병사는 질문권이 없던 종군기자와 사전에 논의를 거쳐 질문내용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수천명의 병사들이 그 질문에 동감하지 않았더라면 박수를 보냈을 리 없다.

이라크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일선 병사들의 사기 저하는 단적인 예다. 심지어는 미국인들이 캐나다인 행세를 하기 위해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잎 티셔츠를 입고 다니고 ‘캐나다인 행세하기’라는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을 놓고 사사건건 미국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아들의 비리 의혹을 부각시켰다. 그런데 분위기는 묘하게 돌아갔다.

지난 8일 총회 보고를 위해 단상에 오른 아난 총장에게 회원국 대표들은 약 1분 동안 이례적으로 긴 기립박수를 보냈다. 누가 봐도 미국의 ‘축출’ 시도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아난 총장 감싸기로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9일 4명의 장관 유임을 요청하면서 2기 내각 개편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충성도’에 초점을 맞춘 편향적 인적 구성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다양한 의견 수렴과 냉정한 정책분석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4년 내내 “왜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야 하는가”라는 국제사회의 끈질긴 질문 공세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