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유방암치료제 세대교체 바람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12 12:14

수정 2014.11.07 11:22


유방암치료제 시장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년 이상 세계 시장을 주도해 온 대표적 유방암치료제 ‘타목시펜’제제가 우수한 효능을 앞세운 새 치료제들의 잇따른 도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약물은 종양성장의 원인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유방암의 보조 치료효과를 높여주는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s).

대표적인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아리미덱스’(성분명 아나스트로졸)와 노바티스사의 ‘페마라’(성분명 레트로졸).

이중 아리미덱스의 우수한 효능은 최근 미국 샌 안토니오에서 발표된 ‘아리미덱스와 타목시펜과의 비교 임상시험(ATAC)’ 결과가 뒷받침 하고 있다.

무려 5년간 여성 유방암 환자 9366명(평균나이 64.1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금까지의 임상결과 아리미덱스는 타목시펜과 비교해 유방암의 재발위험은 26%, 반대쪽 유방암 발병 위험은 53%, 신체 다른 부위의 암 재발위험은 16% 가량 각각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수술 후 무병 생존 기간에서도 아리미덱스는 타목시펜보다 약 17% 가량 위험도를 감소시켰으며 사망 위험도는 13% 가량 경감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치료 효과는 임상 연구 기간이 경과될수록 그 격차가 더욱 컸다.


두 약제는 내약성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아리미덱스는 타목시펜과 비교해 약물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치료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었다.

타목시펜은 그동안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자궁내막암, 뇌졸중, 혈전색전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반면, 아리미덱스는 이러한 부작용의 발생 위험이 현저히 낮았고, 뼈의 골 소실로 인한 골절의 위험이 있으나 예측 및 관리가 가능해 예방적 치료도 병행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유방암재발치료제인 타목시펜은 아스트라제네카사가 개발한 비스테로이드성 항(抗)여성호르몬제로 국내에서는 현재 이 회사의 ‘놀바덱스’를 비롯해 광동제약의 ‘광동타목시펜’,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타목센’ 등이 처방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는 “아리미덱스의 탁월한 치료효과는 대규모 국제 임상시험을 통해 공식적으로 입증됐다”며 “유방암은 초기 5년간 재발률이 높은 만큼 재발억제 효과와 내약성이 뛰어난 약물로 조기에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방암은 보통 수술을 하더라도 재발률이 50%에 달하는데 타목시펜 제제의 경우 수술 후 약 5년간은 재발을 막을 수 있으나 이후에는 큰 효과가 없는 데다 자궁내막암 등의 부작용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미국임상종양학회 기술평가위원회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 대한 초기 5년간의 ‘타목시펜’ 요법이 더 이상 최선의 치료가 아니며 초기 치료 또는 타목시펜 치료 중 재발방지를 위해 아리미덱스 등의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노바티스도 페마라에 대해 5년 간의 타목시펜 치료가 끝난 이후 대체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페마라는 이미 일부 유럽국가를 비롯, 미 식품의약국(FDA)도 5년간 타목시펜을 처방한 조기 유방암환자에 대해 연장치료제로 승인한 바 있다.


페마라는 또 임상실험 결과 5년간의 타목시펜 처방 후 사용할 경우 38∼43%까지 암 재발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적인 아로마타제 억제제형 유방암치료제 처방비율은 6대4로 아리미덱스가 페마라보다 약 20% 정도 앞선 상황.

그러나 향후 시장의 주도권을 어느 치료제가 잡을 지는 아직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같은 아로마타제 억제제인 화이자사의 ‘아로마신’(성분명 엑스메스탄)도 조만간 경쟁대열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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