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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시론]우울한 경제 ‘희망의 단서’/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經博


2004년이 저물어가면서 2005년 새해 경제전망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요근래에는 경제연구소들의 전망치가 너무 틀린다는 질책의 소리도 드높았다. 경제 전문가들이나 관료들보다 청소부가 경제전망의 정확성이 더 높았다는 실험 결과도 언젠가 해외의 저명한 경제잡지를 통해서 발표된 적이 있다. 그래서 전망은 틀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란 자위의 소리도 나온다.

최근들어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어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의 경제전망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지구 한쪽 구석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사건과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각국의 경제여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정세 변화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국내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다기화되면서 정책 효과도 이전처럼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05년 국내외 경제여건 역시 그 어느 때만큼이나 불확실하고 불안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나오고 있는 2005년 경제전망 역시 그만큼 틀리기 십상이다. 그래도 경제전망을 해야 하는 것은 이를 통해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환경을 헤쳐나가고 대응할 수 있는 좌표와 기준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경제예측은 한결같이 새해에도 우리가 혹독한 경제한파에 시달려야 함을 시사해 준다. 우선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제금리는 높아지고 미국의 쌍둥이적자 해소 정책으로 환율전쟁과 통상마찰이 가열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과도한 가계부채와 국내 정치 사회 여건의 혼돈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까닭이다.

성장률 둔화로 내년에도 실업대란이 예견된다. 현재 40만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자와 해마다 추가적으로 노동 시장에 유입되는 신규 근로자들을 감안할 때 우리는 매년 6% 이상의 경제성장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각 기관들의 예상대로 내년에도 4% 성장이 실현된다면 한국 젊은이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투자와 소비 침체로 인한 성장률 저하는 국제경쟁력과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이미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이 5%대에서 4%대로 하락하며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경제활력이 급속히 저하되는 ‘경제 조로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성장률 저하와 실업 증가, 그리고 경제의 조로증은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를 더욱 확대하여 정치�^사회적 갈등을 보다 더 구조화시키고 첨예화시킬 것이다. 이는 또 다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률을 하락시키는 그야말로 빈곤의 악순환을 고착화시키는 요인을 제공한다.

우울하기 그지없는 2005년 경제전망이지만 이를 뒤바꿀 수 있는 희망의 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투자부문에서 우리 경제의 활로가 마련될 수 있다. 400조원에 육박하는 시중 부동자금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신규투자와 금융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면 정부가 굳이 돈을 풀지 않아도 국내 수요는 급속히 확대될 것이다.

또 하나 2005년 우리 경제의 희망은 수출 부문에 있다. 내년 수출 증가세는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워낙 성장세가 높았고 세계 경기도 약화되고 환율 조건도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수출 품목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환율 조건에 대한 대응력도 향상되는 추세여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005년 경제 실적의 향방은 투자와 수출의 연중 진행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투자와 수출 실적이 부정적 예상보다 높아지도록 모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올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실천해야 할 기본 정책방향인 셈이다. 투자와 수출의 주체는 두말할 것 없이 기업임을 감안할 때 기업이 신명나게 투자를 하고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모든 족쇄들을 푸는 일에 정부뿐만 아니라 경영자와 근로자 그리고 시민 단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하겠다.

어두운 경제전망 속에서 단합된 모습으로 희망의 불씨를 살려나가는 한국 사회의 슬기로움과 저력이 2005 을유년에 다시한번 발휘되길 기대해 본다.

/bkyoo@hr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