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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건설경기 불길한 조짐들/남상인 부동산부장·부국장대우


올 겨울은 바깥날씨보다 마음이 더 춥다. 서울 여의도공원에는 노숙만은 피하고 싶은 노숙자들과 노숙을 피할 수 있는데도 노숙투쟁을 자청하는 노숙자가 혼재하고 있다.

대만, 싱가포르, 중국 등 경쟁국은 올해도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4.7% 성장에 그치는 한국경제가 안타깝다. 미국경제가 1∼2% 성장할 때 우리는 줄곧 8%선의 성장을 유지했던 터라 아쉬움은 더하다. 한국경제가 내년에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경제예측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나쁜 3∼4%대로 전망해 국민들을 낙담케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반기 3.4%, 하반기 4.4%에 그쳤다. 이것도 세계경제 성장률 3.7%, 배럴당 유가 34달러선 유지가 전제된 것이다. 유가와 환율, 원자재 공급불안이 여전해 내년의 한국경제성장 여건은 예사롭지 않다. 올해 20% 이상인 높은 수출증가세가 내년에는 7∼9%선으로 둔화되고, 내수 시장 활성화에 영향이 큰 건설부문 수주액이 2003년 102조4000억원에서 올해 85조2000억원, 내년에는 84조3000억원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은 내년 하반기 기성액감소와 투자 급감으로 경착륙이 우려된다. 연기금을 활용한 한국형 뉴딜계획은 지금 실행되더라도 당장 내년에 효과를 내긴 어렵다. 1∼2년이 걸리는 선행단계의 타당성 조사나 설계가 진행중일 때 내년 착공으로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투자재원도 합의되지 않았다.

또 연기금투자 대상인 공무원 연수시설이나 지방관공서, 공공청사 등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이미 필요 이상으로 지었다. 당장 경영개선에 도움을 줄만한 시급한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경기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경제의 중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경제학자들은 잠재성장률을 4%선 이하로 내려잡고 있어 지속적인 저성장 추세가 예고되고 있다.

아주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이제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 기대는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방식도 괜찮은 성장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고 있다.

고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즐비하다. 2002년 국가채무는 1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9.5%선으로 20%를 밑돌았지만 2003년에는 166조원으로 GDP의 23%로 늘었다.

국가채무비중은 공적자금 손실분의 국채전환과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 등에 기인해 올해 205조원(26.2%)에서 2005년 244조원(29%), 2006년 271조원(29.8%)으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난해 사회복지비 지출은 1인당 국민소득의 4.5%선에 그쳤으나 노령화 추세로 인해 장기적으로 선진국수준인 10∼20%선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인구감소로 노동인구는 급감한다. 여성 1명이 갖는 평생 신생아 수는 1970년 4.54명에서 2003년 1.19명으로 낮아졌다. 주5일 근무제와 웰빙영향도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성장동력인 국내 인프라 수준은 주요 선진국의 1만달러 당시와 비교해 매우 열악하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지만 증가율은 1999년 이후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이 부문 예산 증가율이 1%대에 그치고 있다. 2조원 이상 대형국책공사도 1999년 이후 점차 감소 추세다. 진행중인 공사가 1999년 20건에서 올해는 13건에 그쳤다. 2005년에는 11건으로 줄어든다.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해 온 수출과 건설투자가 모두 급감하는 셈이다. 정부가 투자의욕을 북돋워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거나 성장 없는 분배에만 치중한다면 한국경제의 장기 침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 등록증 반납 업체와 문을 닫는 재래시장의 점포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정기국회에서 내년 정부 예산안조차 심의하지 못했다. 임시국회를 열어놓고도 여야는 네탓만 하는 한심한 정치력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세금 올린 것 말고 한 일이 뭐냐고 따지고 들더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앞두고 새해를 맞는 샐러리맨이나 구직자들의 가슴은 지금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날씨도 마음도 모두 추워지는데 누구를 믿고 무엇으로 먹고 살라는 것인지… 서민들의 우울증은 도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