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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소유구조 공개]총수지분 없어도 계열사 경영 좌지우지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처음으로 공개한 ‘재벌 출자구조 매트릭스’는 총수를 비롯한 친인척과 계열사의 지분율을 알기 쉽게 표시해 해당 기업집단의 소유와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지분족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재벌 총수 일가들은 3% 정도의 지분만으로 40% 내외의 계열사 지분을 이용,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 재벌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공정위 입장을 확고부동하게 뒷받침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재벌 그룹간 순환출조 구조는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공정위의 정책방향에 정당성을 제공하는 근거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이번 매트릭스 공개가 총수를 비롯한 일가친척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다 외국자본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총수일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지배=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은 총수일가 지분은 적지만 계열사 보유지분을 통해 전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수가 있는 36개 기업집단에서 총수의 평균 지분은 1.95%,그의 친인척 지분은 2.66%로 둘을 합친 총수 일가의 전체 지분이라고 해봐야 4.61%에 불과하다. 더욱이 공정위가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엄격히 묶어놓고 있는 13개 기업집단의 경우 이 비율은 더 낮다. 13대 기업집단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1.48%, 친인척은 1.93%, 총수 일가 전체 지분은 3.41%가 고작이다.

그러나 36대 재벌은 총수일가의 지분이 4.61%지만 그룹 전체의 49.08%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13대 재벌은 총수일가 3.41%의 지분으로 46.25%의 내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3%가 조금 넘는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게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주요 재벌 총수 보유지분은 삼성그룹이 0.44%인 것을 비롯, LG그룹 0.83%, 현대자동차 2.85%, SK 0.73%, 롯데 0.39%, 한화 1.83%, 현대중공업 5.00%, 두산 0.32% 등이다.

혈족별로는 총수의 배우자나 부모자식의 지분율이 높고 촌수가 멀어질수록 지분보유 비중이 낮았다. 삼성, 롯데 등 상속작업이 상당부분 이뤄진 그룹의 경우 총수 지분보다 부인이나 자식의 지분이 컸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0.39%)과 부인, 자식들(2.34%)의 지분율이 차이가 컸다.

친족간 분리작업을 진행중이거나 지주회사 체제인 기업들은 형제나 친인척의 지분이 총수나 자식들보다 더 높았다. LG그룹DMS 총수 직계가족 지분은 1.45%인데 비해 친인척 지분은 3.28%였고 한진그룹도 3.35%와 6.62%로 친인척 지분이 많았다.

◇계열사 순환출자, 총수 지배력 강화수단=총수가 있는 36개 기업집단의 계열사 781개중 총수 일가가 지분보유 없으면서도 경영권을 장악한 회사가 전체의 60.05%인 469개나 된다. 13대 출총제 대상 재벌의 경우 이 비율은 조금 더 높은 64.84%로 225개 회사가 총수일가의 손아귀에 있다.

이는 순환출자 때문에 가능했다고 공정위는 단언하고 있다. 출총제 대상 기업들은 대부분 주력기업을 순환출자에 넣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그룹이 좋은 예다. 우선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 지분 37.33%를 소유하고 기아자동차는 다시 현대모비스의 지분 18.30%를 소유한다. 현대모비스는 또 현대자동차의 지분 14.53%를 소유하고 있는 형식이다.

최근 M&A공방의 타깃이었던 SK의 경우 SK→SKC→SK케미칼→SK의 순환구조를 갖고 있었다.

총수일가는 한 계열사의 지분만 갖고 있어도 다른 계열사들을 자연스럽게 지배할 수 있다고 공정위는 지적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인가 공익차원의 정당한 공개인가=‘재벌 족보’ 발표를 놓고 공정위와 재계는 또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이번 발표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전후해 공정위의 입지를 넓히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의도를 깔아놓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공개는 사생활 비밀과 자유,기업의 영업상 비밀을 침해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대기업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반기업 정서를 유발,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아가 재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돼 있는 상태에서 총수일가의 지분을 공개하는 것은 외국자본의 국내기업 공격에 더 없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입장도 곁들였다.


그러나 공정위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총수와 친인척 지분을 비실명으로 공개한 만큼 사생활 침해가 안 되고 이미 감사보고서나 결합 재무제표 등을 통해 알려진 사항들을 모은 것에 지나지 않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장항석 독점국장은 “공시는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고 소유지분 구조 공개는 지배구조 개선이 목적이어서 중복 공시는 아니다”면서 “더구나 헌법에서도 공익적 견지에서 사생활 비밀과 자유가 일정부분 제한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에 중요 사실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