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메이드 인 코리아 국가대표 기업]삼성,글로벌금융센터 換위험 헤지…위기관리 능력

홍순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8 12:19

수정 2014.11.07 11:04


국가대표 기업은 위기에 강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어떻게 강한가. 먼저 삼성전자의 환관리 정책을 살펴보자. 삼성전자 환관리 정책의 기본방향은 사업조정 등을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원화 강세에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영계획상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50원, 그러나 실제로는 1달러=1000원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처럼 환율이 끝없이 내리막길을 달리는 상황이라면 제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버티기 힘든 상황일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위험스러운 시기에 삼성이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글로벌 금융센터(RTC)가 있기 때문이다.

RTC란 런던 뉴저지 베이징 싱가포르 도쿄 등 해외 5개 지역에 설치된 외환거래창구로 이 곳에서는 삼성의 생산법인 25개 판매법인 34개 지주회사 4개 등 66개의 법인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환헤지를 한다.


RTC ▲네팅(각 지역금융센터를 통해 각국 통화로 지급할 돈과 받을 돈을 상쇄시켜 결제) ▲풀링(각 지역 금융센터간 자유로운 자금이동을 통해 이자낭비 요인 최소화) ▲트레저리(각 지역금융 센터의 자금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효율적인 자금 배분) ▲FEMS(각 지역간 외환정보 실시간으로 관리·결제) 등 선진 금융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사차원에서 목표를 설정해 특정 외환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계획은 전혀 없다”며 “다만 사업부 수출 담당자별로 강세 통화로 결제를 하려는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RTC가 없었더라면 삼성전자는 환율 100원 하락 시 1조2000억원을 앉아서 손해를 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현대가(家)도 위기관리시스템을 365일 가동중이다. 현대의 경쟁력은 일(?)이 터졌을 때 수뇌부가 마치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을 들 수 있다.

현대의 비상사태 대응능력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자살 사건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지난해 8월 4일 오전 7시경 현대 계동 사옥. 정몽헌 회장의 자살소식을 접한 지 채 30여분이 안 돼 현대차 홍보실과 총무팀 등의 임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비상 연락망을 통해 긴급히 각 계열사에 사고소식을 알렸다. 이후 1시간 여만에 현장은 현대 직원들에 의해 완전히 통제됐다.

이어 현대 방계회사의 총무부장 긴급회의가 열렸다. 맏형인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는 장례식 총괄 데스크를 맡고 기아차는 병원 및 장지의 주차관리, 현대모비스는 장지확보, 현대하이스코는 조화관리, 현대백화점은 장례식장 음식을 각각 책임지도록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장례절차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가 주도적으로 나서 일을 처리했다. 다른 계열사들의 불평이나 불만은 없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 사건에 침착하게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창사이래 수십년 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온 내력이 밑거름이 돼 위기상황에 내성이 길러진 현대가의 위기수습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사진설명

현대자동차는 위기상황에 대비해 임직원들에 대한 강도높은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 직원들이 지난 11월 골프접대 금지 등 윤리강령 및 비용절감을 골자로 한 결의대회에서 수칙을 준수할 것을 선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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