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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카드사태,정부 개입하나]채권단,관치금융 부담 안고 정부에‘SOS’

천상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28 12:19

수정 2014.11.07 11:04



LG그룹의 증자참여 거부로 다급해진 채권단이 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명분에서는 채권단이 앞서지만 법적으로 책임이 없는 LG그룹을 설득시키기 어려워서다. 이에따라 공은 이제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중재에 나서고는 싶지만 관치금융 우려로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은행장 LG그룹 무성의 질타=이날 산업은행을 비롯해 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등 채권운영위원회에 참석한 행장들은 LG그룹 참여 없이는 채권단도 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종전 입장을 거듭 밝혔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채권단은 LG그룹이 출자전환에 도저히 참여 못하겠다고 할 경우를 대비해 캐시바이아웃(CBO)을 제의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는 LG그룹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LG그룹은 LG카드를 이 상황까지 끌고온 원죄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묵 농협 신용부문 대표는 “삼성그룹은 삼성카드를 책임졌지만 LG그룹은 LG카드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며 LG그룹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채권단, 정부에 SOS=그동안 채권단은 LG그룹에 출자전환 또는 채권현금매입(CBO)중 양자택일을 강요해 왔다. 여기에 응하지 않을 경우 LG카드 청산도 불사하겠다는 강경방침으로 LG그룹을 압박했다.

그러나 법적 책임이 없다는 LG그룹의 거센 반발에 부딪쳤고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되면서 채권단도 다급해졌다. 이에따라 증자요구액을 당초 8700억원에서 7700억원으로, 최근에는 6700억원까지 낮춰주며 타결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증자시한은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채권단이 정부에 도움을 청했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는 “LG카드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서는 29일까지 LG카드 이사회에서 자본확충을 결의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동적으로 청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총재는 “LG카드 문제가 악화돼 청산되면 사회적, 경제적 파장이 크다”며 “이 시점에서 정부의 중재는 관치금융 차원이 아니라 시장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G그룹, 3자 실사 결과 기다려달라=LG그룹은 이날 LG카드 출자전환 문제와 관련, 공평한 배분기준 마련을 위해 국내 유수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LG 관계자는 “객관적 기준 마련을 위해 제3자인 복수의 전문가들에게 최근 의견제시를 요청했으며 결과가 나오면 채권단에 제안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사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LG는 담보주식과 관련, “담보로 설정돼 있던 구본무 회장 소유의 ㈜LG 지분은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이 LG가 의무이행을 다하고 당사자간 합의에 의해 피담보 채무가 소멸됐다고 판단해 돌려준 것”이라며 “당시 구회장의 ㈜LG 지분을 제외한 새로운 계약서까지 작성해 놓고 이제 다시 담보회수 운운하는 것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청산시 금융시장 요동 불보듯=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LG카드 청산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1000만명에 가까운 고객들에게 1차 피해가 돌아간다.
LG카드를 이용해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고객들이 우선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또 LG그룹 계열 당시 LG카드가 발행한 회사채 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도 많게는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LG카드 청산에 따른 카드업계 연쇄 부실화, 제2의 카드채 사태에 따른 금융기관 동반 부실화에 대한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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