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005 신년기획-해외자원개발 현장을 가다]산유국의 부푼 꿈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2.30 12:19

수정 2014.11.07 11:02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심각한 에너지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이제 에너지는 자원의 개념을 뛰어넘어 생존에 필요한 전략물자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 매장량이 40년, 천연가스는 70년이 지나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각국은 치열한 ‘에너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 전쟁도 중동의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당사국들의 이해 관계가 얽힌 소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 에너지 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이후 40일간에 걸친 해외 순방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부문이 ‘에너지 외교’라는 점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10년에 에너지 자급률을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 자원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새해를 맞아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중동, 중국, 호주 등 세계 에너지 자원개발 현장을 찾아 땀 흘리고 있는 우리 기업의 생생한 에너지 개발 및 생산 과정을 전한다. 또 에너지 개발에서 부딪혀야 하는 그들만의 고민과 애로점을 심층 보도함으로써 해외 에너지 개발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원개발의 전진기지 ‘동남아’=해외자원 개발의 전진기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우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고 최근에는 우리기술로 석유, 가스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광구는 한국석유공사(지분 14.25%)와 SK(지분 9%)가 지난 2003년부터 경제성 있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와 오는 2006년부터 가스를 본격 생산하는 11-2광구다. 또 대우인터내셔널(지분 60%)과 한국가스공사(지분 10%)가 지난해 초 미얀마 광구에서 대형 가스전을 발견해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 15-1광구의 경우 석유공사가 탐사 당시 운영권자로 참여해 지난 2003년 10월부터 생산을 시작, 1일 평균 8만8000배럴을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20년간 10억달러의 순수입이 예상된다. 석유공사(지분 39.75%)가 운영권자로 참여하는 11-2광구도 하루평균 1억3000만 입방피트씩 23년간 공급, 4억달러의 순수익이 예상된다.

김성훈 석유공사 베트남지사장은 “15-1광구는 우리기술로 자이언트급 유전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11-2광구도 처음 운영권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갔고 있다”면서 “15-1광구의 생산단가가 배럴당 4달러 정도 소요되는데 최고 35달러까지 받고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우인터내셔널이 자체 기술로 발견에 성공한 미얀마 광구도 오는 2009년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 향후 20여년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또한 65만㎾급의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와 120만㎾급의 일리한 발전소를 운영중인 한국전력도 올해 필리핀 세부에 20만㎾급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고 인도네시아에도 75만㎾급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세계 에너지의 보고 ‘중동’=지난해 이라크 전쟁으로 정정이 불안한 중동의 석유생산량은 오는 2030년 전세계 석유생산량의 53%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에너지의 보고로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석유공사(지분 16.67%)와 SK(지분 8.33%)가 지난해 5월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 리비아 엘리펀트 유전은 1일 평균 2만5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매장량이 9억6000만 배럴로 베트남 15-1광구(6억1000만 배럴)보다 규모면에서 더 크다.

석유공사는 하루 생산량을 오는 2006년까지 15만배럴로 늘리고 올해 말까지 독자송유관을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엘리펀트 유전의 수입 대체효과는 8억달러에 달하고 현재 3%대에 머물고 있는 원유자주개발률을 최소 4%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가스공사는 오는 2010년까지 천연가스 시장이 평균 4.7%의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천연가스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오만의 ‘오만 LNG LLC’와 카타르의 ‘라스가스’사에 각각 5%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오만의 경우 생산량은 연간 650만t에 이르며 이 가운데 연간 406만t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카타르사업도 연간 600만t을 생산하는 노스필드 가스전에 지분을 투자, 연간 480만t을 공급 받는 등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호주·중국’=해외 자원개발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크게 인식되지 않았던 호주가 신흥 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우리 기업들의 에너지 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현재 포스코가 호주의 ‘마운트솔리(Mount Thorley) 광산’에 20%의 지분을 참여해 연간 60만t의 석탄을 공급받고 있으며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포스맥(POSMAC) 광산’에서도 연간 300만t의 철광석을 조달받고 있다. 이밖에 포스코는 석탄을 생산하는 팍스리 광산과 그린힐스 광산에 각각 11.4%, 20%의 지분을 참여하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계의 에너지를 빨아들이고 있는 ‘에너지 블랙홀’ 중국도 최대 에너지소비국이면서 새로운 에너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광업진흥공사는 중국 서안서준신재료유한공사와 서안맥슨 희토류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부터 연간 490톤의 희토류를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희토류 자주생산량(350t)을 초과하는 규모로, 희토류는 디스플레이 등의 첨단전자제품의 소재원료로 전세계 매장량의 90%가 중국에 몰려 있다.


해외자원개발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자원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은 지분참여 방식과 같은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직접 탐사 및 개발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hjkim@fnnews.com 김홍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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