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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출신 ‘전자브레인’ 전성시대



전자업계에 ‘삼성 올드보이(OB)’ 바람이 거세다.

과거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 몸담았던 삼성 OB맨들은 중견 디스플레이 업체와 이동통신업체,반도체장비업체 등 다방면에 걸쳐 진출해 있다. 이들은 삼성에서 배운 경영 노하우와 글로벌 마케팅 감각을 십분 발휘해 새로운 기업의 사령탑으로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누가 활약하고 있나=김일태 위니아만도 사장은 정통파 삼성맨 출신이다. 그는 지난 72년 삼성전자에 신입사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후 미주총괄대표(상무), 가전본부장, 경영혁신팀장, 멀티미디어본부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한 탄탄한 관록의 소유자다. 김 사장은 지난해 위니아만도에 스카우트 됐다.

김 사장은 투명하지 못한 납품관행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진단을 내리고 납품비리 신고접수를 받는 등 삼성 특유의 ‘유리알 경영’을 펼치고 있다. 위니아만도는 김 사장 취임 이후 조직이 안정을 되찾고 매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이리버’로 유명한 MP3 세계 1위 업체인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도 삼성 반도체맨이다.

양 사장은 지난 78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 입사해 미국법인 주재원,홍콩법인 지점장을 거친 후 95년부터 3년여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비메모리 마케팅 및 수출담당 이사를 역임했다.

그 이듬해인 99년 반도체 솔루션 회사를 설립했다. 그러나 그는 2001년 MP3플레이어 제조업으로 사업방향을 바꿨다. 반도체 솔루션 영업을 하다 MP3사업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LCD패널 검사장비를 만드는 오성LST의 김종기 사장은 삼성SDI 부사장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해 9월 사장에 취임, 오성LST의 영업전략과 비전을 구상하는 브레인으로 활동 중 이다.

이들외에 엘리코 파워의 남궁 사장(삼성전자 광통신 사업부장 출신), NHN 김범수 대표(삼성SDS), 다윈텍 김광식 대표(삼성전자), 에스캠 구본관 대표(삼성전자) 등도 삼성출신의 용병들이다.

◇중소업체, ‘삼성 사관학교 출신을 잡아라’=삼성맨들의 공통된 특징은 철저한 수익위주의 경영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삼성 내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삼성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할 경우 중간다리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다. 특히 삼성임원 출신은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보증수표’로 통한다. 워낙 삼성의 임원교육이 까다롭고 철두철미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기술은 있지만 경영에 눈이 어두운 중소기업들로서는 이런 삼성맨들이 나침반 역할을 한다.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의 필수조건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흐름을 읽고 여기에 맞는 거시전략을 짜는 능력”이라며 “삼성출신들은 해외 대형업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세계시장의 맥을 집어낼 줄 안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중소업체들은 ‘삼성맨 모셔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드헌팅 업계마다 삼성맨을 찾는다는 구인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코넬서치 강호성 사장은 “삼성출신은 학력, 경력, 능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내 중소업체는 물론 외국기업들도 삼성맨을 찾는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차례”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맨들이 다소 개인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옥의 티’라는 지적도 있다.

삼성출신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실패한 LCD TV업체의 대표이사는 “(부사장이)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일을 처리하려는 독단주의에 빠져 그만 중도하차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한 임원은 “삼성에 근무할 때는 잘 갖춰진 삼성의 시스템 속에서 일을 처리하다가 이런 인프라가 없는 중소업체에서 일을 할 경우 상당한 스트레스와 불만을 느끼기 마련”이라고 옛 동료들의 고충을 대변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