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LG전자 견제,해외업체 저가공세

노종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06 12:32

수정 2014.11.07 21:48



프리미엄 제품을 고집해 온 삼성, LG 등 국내 양대전자업계가 국내외 시장에서 ‘저가공세’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중국업체를 비롯한 후발업체들의 저가공세에 이어 세계 유수의 업체들마저 가격파괴를 통해 삼성과 LG의 놀라운 성장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 업체들의 공세는 ‘저품격, 저성능’이라는 인식이 강한 중국산 제품과 달리 유명브랜드라는 점에서 삼성, LG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저가공세의 포문은 휴대폰업계 세계1위인 노키아가 열었다. 지난 2003년 시장점유율이 38%에 달했던 노키아는 삼성, LG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자 그동안 고집해 온 고가정책을 버리고 가격을 최고 25%까지 내렸다. 심지어는 본고장인 핀란드에서도 삼성 애니콜보다 가격을 낮췄으며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가격을 크게 낮췄다.


노키아의 가격파괴 공세 결과 삼성은 지난해 매출액은 2위에 올라 섰지만 매출대수로는 3위에 머물러야 했다. 매출대수 기준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노키아 30.4%, 모토로라 15.3%, 삼성 12.7%, LG 6.7% 순이다. LG는 지난해 4·4분기 지멘스를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가 55.7%의 시장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낸드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도 후발업체의 저가공세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마이크론, 인피니언 등이 낸드플래시메모리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가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낸드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에 이어 도시바가 29.2%로 2위를, 르네사스 테크놀로지가 9.5%로 3위를, 하이닉스가 3.5%로 4위를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경쟁 가열로 일부 업체들이 저가공세를 펴고 있다”며 “삼성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급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차별화 공략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소니가 인터넷 직판을 통해 10만엔 이하의 노트북을 선보이면서 전세계 컴퓨터시장에서 ‘가격파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소니는 지난달 31일 인터넷 직판사이트 ‘소니스타일’에 자사 노트북 ‘바이오’ 시리즈를 10만엔 이하로 내놓았다. 일본의 대형 업체가 10만엔 이하의 개인용 노트북을 내놓기는 처음이다. 기존형에 비해 5만엔가량 저렴한 가격이다.

미국 애플컴퓨터도 지난달 500달러 미만의 컴퓨터 ‘맥 미니’ 출시했고 미국의 델과 휴렛팩커드, 후지쓰, 도시바 등도 잇따라 저가공세에 가세하고 있다.

삼성, LG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디지털TV에서는 국내 중소업체들이 가격파괴로 맞서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전문기업인 디보스와 디지털TV로 특화한 디지털디바이스·이레전자 등 국내 중소업체들은 삼성, LG에 못지 않는 기술·품질력을 보유한 데다 가격파괴를 주도하며 삼성·LG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스위스 등 일부 나라에서는 이들 중소기업 제품이 삼성, LG보다 더 많이 보급돼 있을 정도다.
국내외에서도 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30∼40%가량 싼 가격에 내놓고 있다. 대기업과는 달리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고 적은 인력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자업계에서 삼성의 독주를 막기 위해 유수의 기업마저 가격인하 공세를 펼치고 있으나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못된다”며 “문제는 기술·품질력으로 삼성은 가격경쟁보다는 기술·품질력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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