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에서]기업 두뇌유출 막아라/박찬흥 산업1부 차장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1 12:32

수정 2014.11.07 21:43



1999년 10월, 기업경영의 ‘살아있는 전설(傳說)’로 불리는 잭 웰치 제너럴일렉트릭(GE) 전 회장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방한과 동시에 모든 일을 제쳐놓고 국내 톱경영자와 현직 장관 등 ‘유명’인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부터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잭 웰치회장은 한 장관으로 부터 “경영자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 때 웰치 회장은 잠시의 주저함 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경영자는 한 손에는 물뿌리개를, 다른 한 손에는 비료를 들고 꽃밭에서 꽃을 가꾸는 사람과 같습니다.”

난데없는 꽃이야기에 참석자들이 어리둥절했다.
그는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인재육성 입니다. 꽃은 바로 인재를 뜻하죠. 저는 업무시간의 70%를 꽃밭에서 인재를 키우는데 보내고 있습니다…”. 당시 웰치 회장의 꽃밭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유명한 일화로 경영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웰치회장의 독특한 인재경영으로 GE는 세계 최고의 인재사관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그에게 경영 수업을 받은 인물 중 16명이 미국 상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인재·핵심 인재·천재급 인재….’등 인재육성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재계 총수들도 인재경영을 최고의 ‘화두’로 삼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장단회의에서 “천재 한명이 1만명을 먹여 살린다”며 핵심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LG 구본무 회장도 평소 “고급 두뇌가 없으면 21세기 LG의 밝은 미래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처럼 재계 총수들의 잇단 ‘인재육성 발언’에 삼성,LG,현대차,SK 등 주요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요즘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글로벌 인재 발굴에 분주하다.

그러나 기업들마다 글로벌 핵심인재 발굴을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들어 ‘두뇌(頭腦)유출’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부문의 연구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기업의 인재관리에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대만,말레이시아 등에서 하이테크 기술인력을 빼돌리면서 ‘브레인 엑소더스(Brain Exodus)’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향후 인재경영 방향은 ‘글로벌 인재양성’ 못지않게 ‘두뇌유출 방지’에 역점을 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꽃밭에 비료를 주고 인재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자란 보배를 빼앗기는 것’은 더욱 어리석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잭 웰치 정신’을 이어받아 인재발굴에 역점을 두면서도, 치밀하고 과학적인 ‘두뇌유출 억제 프로그램’개발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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