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경기낙관론에 대한 우려/유상욱기자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3 12:32

수정 2014.11.07 21:40



요즘 경기회복을 얘기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어있던 내수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고 여러 경기지표에서도 훈풍이 감지된다.

이 때문에 그간 근심이 가득했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얼굴이 어느 때보다 밝다.

이부총리 뿐만이 아니다. 경기 동향에 민감한 한국은행 박승 총재 역시 경기 회복론을 반기는 모습이다.

최근 박총재 주재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민간경제연구소장과 교수 등 경제 전문가들은 “백화점·할인점 매출과 신용카드 사용액이 증가하는 등 소비의 회복 징후가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경기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있는 분위기다. 그럼 여기서 시계를 1년여 전으로 돌려보자.

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이부총리와 박총재는 우리 경제가 3·4분기부터는 살아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박총재는 심지어 그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5.2%에서 최고 5.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까지 했다. 잔뜩 움츠러들었던 내수가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고 호언장담까지 마다지 않았다.

그러나 내수 침체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 심해졌다. 정부가 연초 도입한 접대비 한도 규제나 지난해 9월23일 시행한 성매매 특별법 등의 변수를 간과한 탓이기도 하지만 갖가지 돌발변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낙관론에 너무 취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물론 향후 전망을 밝게 보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 다만 경제정책 당국이 갖는 공신력과 발언의 무게를 감안할 때 경기분석과 전망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정부의 경기 낙관론에 걱정이 앞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내수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는 있지만 수출전선은 불투명하다.


또 변동성이 심해진 환율은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경제에 큰 부담이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북핵 문제는 두고두고 예의주시해야 할 변수임에 틀림없다.


이래저래 정부가 경기에 대한 조심스런 시선을 거두기에는 이른 감이 있는 것 같다.

/ ucool@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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