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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역전세난 대처요령]내용증명 미리 발송 증거 남겨야

김승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4 12:33

수정 2014.11.07 21:38



봄 이사철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 전세 보증금 반환을 놓고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5∼6명이 근무하는 서울시청 본관 1층의 임대차 상담실에도 이 같은 문제를 상담하는 전화가 하루에 1인당 10여 통이 넘게 걸려온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집 주인은 “보증금을 알아서 빼가라”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세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 임차인이 나타날때까지 마냥 기다린다. 이미 이사갈 집에 계약금을 치룬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채 먼저 이사를 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내 손으로 보증금을 지키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 봤다.

◇역전세난 속, 보증금 반환 분쟁 여전=서울 강북에 사는 강모씨는 지난 2002년 10월 전세집을 계약하면서 강북으로 이사를 왔다.


그 후 지난해 10월에 2년의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지만 집주인과 강씨 모두 재계약을 하자는 의사 표명이 없어 현재까지 임대차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당시 집주인은 역전세난으로 인해 세입자가 재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전세금을 내려달라는 말이 나올까 내심 걱정이 앞섰고, 세입자인 강씨 입장에서도 딱히 이사를 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묵시적 동의’가 된 상태로 계약기간이 자동 연장된 것이다.

하지만 강씨는 갑작스럽게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이사를 가야할 처지에 놓였다.

강씨가 생각하고 있는 전세 만기는 오는 3월 말. 이때문에 강씨는 설 연휴 전인 2월 초 집주인에게 “늦어도 3월말까지 전세보증금을 돌려 줄 것”을 부탁(?)했다.

이때 강씨는 새로 이사갈 곳에 이미 계약금을 치루고 전세집까지 구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강씨의 이사 얘기에 집주인은 “당장 돌려줄 돈이 없다”며 “새 임차인이 들어와야 보증금을 내줄 수 있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한편 집주인 외에 총 6가구가 사는 이 집에는 강씨외에도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3개월전 이사를 먼저간 1가구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못돌려 받는 전세금 어떻게 할까=서울시 임대차분쟁조정상담실의 한 관계자는 “임차인은 계약 만료에 대한 내용을 집주인에게 구두로 전달하기보다는 내용증명 등의 형태로 전달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강씨는 근처 우체국에서 집주인 앞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하지만 문제는 강씨가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시점인 3월 말과 내용증명 발송시점인 2월 초순과는 채 2개월 간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차 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 임차인은 최소 ‘3개월’ 전에 집주인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운이 좋아 3월 말까지 새 임차인이 들어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강씨는 통보한지 3개월이 지난 4월 말에나 법적 소송을 통해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강씨가 소송을 진행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약식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민사조정신청’과 ‘지급명령제도’ 그리고 정식재판인 ‘민사소송’ 등이 있다.

먼저 민사조정신청은 임차인이 법원에 조정신청서를 내면 법원이 임차인과 임대인을 불러 비공개법정에서 중재해주는 것을 말한다. 민사조정신청은 비용이 정식 재판의 5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며 통상 조정이 잘 마무리 될 경우 기간은 2∼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지급명령제도는 채권자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급명령에 대해 임대인인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정식재판으로 넘어가게 돼 기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지급명령제도의 비용은 정식재판 비용의 2분의1 정도이며, 임대차계약서와 내용증명을 첨부해야 한다.


정식재판인 민사소송은 시간이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특히 임대인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보증금 지급을 늦출 수 있어 민사소송제도를 역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법무법인 TLBS의 김형률 변호사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알아서 보증금을 빼가라고 말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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