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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월드컵골프 ‘나몰라라’…선수 선정·비자문제에 ‘모르쇠’로 일관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4 12:33

수정 2014.11.07 21:38



이역만리 남아공에서 열린 여자월드컵골프대회서 공동2위의 쾌거를 거둔 선수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선수들의 이번 선전을 지켜보면서 그 일련의 과정에 전면에 나서야 할 여자프로골프협회(회장 홍석규)의 마치 ‘개 닭 보듯’ 하는 미온적 행정처리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선 선수 선발만 보더라도 그렇다. 당초 미LPGA에서 활동중인 톱프로들로 엔트리를 확정시킨다는 협회의 계획은 해당 선수들의 ‘일정 중복’이라는 말 한 마디에 수포가 되면서 송보배, 장정이 소위 대타로 출전을 하게 된 것이다.

국가의 명예가 걸린 대회에 개인적인 이유로 출전을 고사한 선수들도 문제지만 매번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끌려 가듯 행정처리를 하는 협회의 업무처리가 시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 뻔하다.

또한 이번 대회에 한국팀은 자칫 출전을 하지 못할 위기의 순간을 맞은 적도 있다.
주최국인 남아공에서 한국, 필리핀, 대만 등 일부 아시아권 선수들에게 취업비자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이 사실을 협회가 아닌 미국에 있는 장정 선수로부터 뒤늦게 전해 들은 송보배측은 비자를 받기 위해 주한 남아공 대사관측에 의뢰했으나 이와 유사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고 협회측에 협조를 요청하면 출전 선수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 다급해진 송보배는 급기야 국무총리실에 SOS를 청함으로써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송보배의 부친 송용현씨는 “솔직이 말해서 몇번이고 출전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제 아무리 상금이 걸린 프로 대회라 하더라도 국가를 대표한 선수들이 참가한 국가 대항전인데 이렇듯 협회의 협조가 미온적일 줄은 미처 몰랐다”며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이어 이번 대회와는 직접적 관련도 없으면서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도 부족해 “미리 알지 못해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아낌없는 도움을 준 외교통상부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의 미숙한 행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월드컵 대회는 국가대항전 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자국의 국기가 아로 새겨진 유니폼을 입는 게 관행이다.

그러나 TV 중계 화면에 비친 한국선수들의 유니폼에는 그 어디에서도 태극기를 찾아 볼 수가 없었고 그대신 의류를 제공한 송보배의 계약사인 슈페리어의 로고만이 오히려 선명하게 보일 뿐이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이 또한 선수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도 이러한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골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번 대회는 주최측에서 참가 선수들에 한해 항공비, 숙박비 등 일체의 체제비를 지원하지만 캐디, 가족들은 남아공 국적기인 SAA와 숙소 이용시 할인 혜택을 주는 게 전부였다. 따라서 선수들은 상당 부분 자비를 들여야 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선수들에게 협회 차원의 지원금은 물론 회장 명의의 격려금 등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하에서 과연 어떤 선수가 출전을 희망하겠는가.

협회는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교훈삼아 다음 대회 때에는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약속한다.
꼭 그렇게 되길 바라며 다시 한번 조국의 명예를 위해 아름다운 희생을 마다한 송보배, 장정 두 선수의 노고와 선전에 박수를 보낸다.

/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

■사진설명=여자월드컵골프대회에서 장정과 함께 짝을 이뤄 한국팀의 공동 준우승을 견인한 송보배. 하지만 그의 모습에서 ‘코리아’를 나타내는 어떠한 심벌도 찾을 수 없고 대신 의상 협찬을 한 의류 회사의 로고만이 선명하다.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협회의 행정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조지(남아공)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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