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명쾌한 콜금리 결정/유상욱기자

유상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5 12:33

수정 2014.11.07 21:33



15일 오전 10시 한국은행 기자실.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동결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통상 오전 9시에 회의를 시작해 오전 11시를 넘어 발표됐던 때와는 달리 발표 시점이 1시간가량 앞당겨졌다.

이례적으로 빠른 결정이었다. 그 배경이 궁금했다.

우선 금리 결정의 근거로 삼는 경기지표들이 그 어느때보다 명쾌했다. 민간소비가 살아나고 증시가 활황세를 보이는 등 경기회복 기운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을 비롯한 대다수 전문가는 콜금리 동결을 확신했다. 그만큼 금통위 내부의 논란거리도 사그라들었을 법하다.

여기에 올해부터 바뀐 금통위 회의 방식이 신속한 결정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까지는 콜금리 조정회의(매달 두번째주 목요일) 전날에 한은 집행간부 및 주요 국실장들과 금통위원들이 동향보고회의를 열고 경기상황에 관한 보고와 협의를 거쳐 곧바로 다음날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방향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여러가지 여건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갖지 못해 시장흐름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지난해 8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당시 금통위에는 ‘예측 불허의 금통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 등의 비아냥이 쏟아졌다.

게다가 금통위원들간에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표결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승 총재는 “사실 이전에는 위원들간 토론의 시간이 없었다”면서 “어떤 위원이 가(可)인지 부(否)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리스크가 많았다”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자 한은은 금통위의 의사결정 시스템 손질에 들어갔다. 금통위원들만의 별도회의를 신설하고 논의단계도 종전 2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 개편했다. 금리 결정 당사자들의 ‘스킨십’ 기회를 늘린 셈이다.
이같은 사전의 충분한 검토가 빠른 정책 결정으로 이어졌다는 게 한은 내부의 평이다.

이참에 금통위 의사록 공개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하루빨리 결정했으면 한다.
금통위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않는 구조에 갇혀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 ucool@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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