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생각하는 경영]유행에 따라 경영하지 말라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6 12:32

수정 2014.11.07 21:32



리엔지니어링, 기업합병, 시간경쟁, 아웃소싱, 벤치마킹, 핵심역량, 6시그마, 고객관계 관리…. 지난 20년 동안 경제·경영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내놓은 개념들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새로운 유행과 함께 내놓은 이같은 처방이 과연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었을까.

전문가들은 이 처방이 정확한 해결책이라며 그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성공사례를 제시했지만 그 결과는 언제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다시 말해 그들이 내놓은 처방은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 않았을 뿐 기업경영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몬·쿠허&파트너스의 회장인 헤르만 시몬의 ‘생각하는 경영’(장혜경 옮김)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경영자들의 생각과 고민을 유도하는 경영전략 지침서다. 특히 지식경영, 혁신, 주주가치, 전자 비즈니스, 고객 지향성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통해 요즘 경영서들이 주장하고 있는 이론들과 반대되는 평가와 인식을 이끌어내고 있어 주목된다.

저자는 “경영은 생각이다.
생존과 성장이라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기업에 절실한 것은 단기적 방편이 아니라 깊이 있는 전략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경영자들은 너무 많이 읽고 말하지만, 너무 적게 생각한다. 끊임없이 경영자는 생각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영과 관련하여 우리 시대 최고의 유행어를 꼽으라면 단연 ‘지식경영’이다. 그런데 지식경영에 관한 출판물과 세미나는 넘쳐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는 게 저자의 비판이다. 지식경영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는 지식경영이 아닌 것이 무엇인지를 꼽아보면서 지식경영의 실체를 찾아 나간다.

흔히 지식경영이 곧 정보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정보기술은 지식경영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자료는 정보가 아니며 정보는 지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식경영과 함께 M&A열풍도 우리 시대 최고 유행어 중의 하나다. 성장과 덩치 키우기 노력은 생산품목의 다양화, 합병, 신분야 진출의 중요한 추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큰 기업들이 한 부문에 집중하기 위해 소규모 기업들로 해체하거나 의도적으로 규모를 키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영국의 화학 콘체른 ICI의 경우 제약부문은 제네카로, 화학부문은 ICI로 해체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택한 콘체른은 한 부문에 집중된 두 개의 강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제네카는 훗날 스웨덴의 아스트라와 합병하여 아스트라 제나카로 거듭나면서 제약 부문의 선두주자로 올라섰고, ICI는 시장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나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미 은행업무, 차표판매, 비행기 표 판매, 공항 체크인, 전자상거래, 이동통신 등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 자동화도 생각해볼거리다.
일 자동화 서비스의 수준은 기술 발달에 따라 점차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데, 저자는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자동화 서비스는 눈에 띄게 비용을 절감시키고 인력도 절약할 수 있게 한다.
반면에 고객확보에 결정적 도움을 주는 개인적인 접촉을 사라지게 한다는 점에서 개인 서비스에서 자동화 서비스로 급격하게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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