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서평-내 안의 게으른 돼지]우리를 망치는 내면의 적 몰아내기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6 12:33

수정 2014.11.07 21:32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무한 경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국경을 초월한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끝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수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쇄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혁신을 가로막고 당초 수립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도록 방해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기업의 구성원들이 나태, 이기주의, 패배의식, 불신, 관료주의 등과 같은 내면의 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 컨설턴트인 마르코 프라이헤어 폰 뮌히하우젠과 헤르만 쉐러가 공동 저술한 ‘내 안의 게으른 돼지’는 우리들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이러한 적들을 ‘게으른 돼지’라고 칭하며 이들의 정체와 특성을 파악한 뒤 이들을 효과적으로 길들임으로써만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우리는 직장에서 일할 때 우리들 자신 또는 상사나 동료 그리고 부하직원들에게서 게으른 돼지의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그건 불가능해!”, “우리 전에 다른 사람들이 하다가 이미 실패했어.”, “시일이 너무 촉박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아도 돼.”. “당분간은 괜찮을 거야.” 등등. 우리 안의 게으른 돼지들은 태만한 습성이 있어 변화와 혁신을 페스트나 되는 것처럼 두려워 하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변화와 혁신을 방해하려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각기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가진 직원들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내면의 적들은 자극을 받으면 자기 주인들을 부추겨 점점 더 거친 방해공작을 하도록 꼬드긴다. 그러나 이러한 내면의 적들이 반드시 나쁜 의도에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근본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내면의 적들은 한편으로 우리의 현명한 동반자다. 그 녀석들은 우리에게 과로하지 말라는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우리의 능력으로는 할 수 없거나 또는 할 의지가 없는 일은 하지 않도록 배려해 준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넘쳐나는 칭찬을 통해 우리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한다.


따라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의 구성원들 서로의 마음속에 있는 내면의 적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직원들과 더불어 기업 내부에 있는 내면의 적들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그 녀석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그 녀석들에게 작은 자유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놈들의 무리를 잘 길들일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최근 성급한 마음에 게으른 돼지들의 동조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빨리 변화와 혁신을 추진했다가 그들의 공격으로 인해 결국 목표에 이르지 못한 사례들을 볼 때 게으른 돼지를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한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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