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골프산책로]눈밭에서 골프공 찾기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7 12:33

수정 2014.11.07 21:28



어제 저녁에는 빗발이 가늘게 날리더니 오늘은 굵은 함박눈으로 바뀌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 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박효신의 노래처럼 하얗게 빛나는 눈꽃들하며 눈들이 오염된 공기를 세척했는지 평소에 희뿌옇던 곳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곧 이어 한숨이 나온다. 오늘 영업은 이것으로 끝. 이젠 눈을 치울 일만 남았다.

눈이 많이 와서 코스와 카트도로의 경계도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이전에는 카트도로만 괜찮으면 영업을 했었다. 라운드를 하는데 제일 중요한건 안전이기 때문에 아무리 코스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카트 도로가 위험하면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눈이 쌓여 있어도 골프장에서 영업중지를 하지 않고 고객이 플레이를 하겠다고 하면 라운드를 했었다. 그러면 그날의 진행은 포기한다. 한 홀에 잃어버리는 볼만 몇 개씩….

18홀이 끝날 무렵 고객의 백에는 볼이 남아 있지 않는다. 컬러 볼이라면 그나마 낫다. 눈 쌓인 날에 흰 볼은 정말 캐디에게는 죽음이다. 차라리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눈이 있을 때 플레이를 하게 되면 일단 긴장한다. 볼이 떨어지는 자리도 평소보다 열 배는 긴장해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혹시나 잃어버릴까 그 방향을 계속 쳐다보면서 간다. 그렇게 가서 볼이 들어간 자리인 볼 구멍을 찾으면 그 속으로 손을 쑤욱 집어넣는다(볼은 절대 눈위에 있지 않다. 그 속에 파묻히기 때문에 구멍을 찾아야 한다).

운 좋으면 그 손에 볼이 잡히고 운 나쁘면 볼구멍 찾다가 내 발자국으로 결국은 뒤덮어버려 포기하고 마는 경우도 다반사다. 내 발 앞에 있는 볼도 놓친 경우도 있었다. 눈뭉치인지 볼인지 사방이 하얀 곳에서 도대체 구분이 가지 않는 것이다.
고객은 나름대로 열받겠지만 나도 화가난다. 분명 봤는데 못봤다면 핑계나 대겠지만 봤는데 못찾는건 정말 캐디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겨울에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은 특히 눈오는 날에는 볼 찾을 생각보다는 즐거움에 중점을 두고 플레이를 즐길 것을 권한다.

/윤미란(홍천대명비발디파크CC 경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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