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中企가 서야 경제가 산다]치밀한 현지조사·경쟁력 갖춰야 성공

임정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17 12:33

수정 2014.11.07 21:27



전기설비 업체 D사는 2년전 중국 칭다오로 공장을 옮겼지만 최근 큰 손해를 보고 중국에서 완전 철수하고 말았다. 중국에서 싼값의 인건비를 이용, 전기기구를 생산했지만 이후 이 지역에 유사공장이 수백개가 생겨나는 등 경쟁이 격화된 데다 인건비 절감 이점도 희석돼 중국사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기 때문.

청도에서 소형 청소기를 만드는 B사는 어느날 시 정부 직원들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들이닥쳐 전기와 수도를 끊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공장 부지를 아파트 지구로 개발해야 한다며 건물까지 철거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중국행 중소기업들이 급증하면서 현지적응에 실패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로 돌아올 수 있는 기업은 그나마 행운아. 깡통을 차는 중소기업들마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해외진출 급증세=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2000년대 들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세가 가파라지고 있다.
우리기업들의 건당 해외투자액은 지난 1998년 772만달러였으나 이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1~5월사이엔 117만달러로 급감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의 투자급증이 원인이다. 이에따라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비중(금액기준)은 2002년 31.9%에서 2004년 1~5월 43.6%로 증가했다.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해외이전 바람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선 경기침체에다 원화가치마저 급등,중소기업들의 경쟁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앞으론 첨단 부품업종마저 줄줄이 중국행을 탈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임 노린 수동적 진출은 위험=문제는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저임노동력 활용과 같은 수동적·방어적 진출이 절대 다수란 것.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아세안 등에 투자한 제조기업중 48.5%(2003년기준)가 인건비 등 비용절감이 진출동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국적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진출대상국의 수익성 있는 사업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주목적으로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기업이 그 돌파구로 중국 이전을 선택하다보니 실패율도 높다. 국내기업 해외법인중 흑자를 내고 있는 법인은 60% 정도. 그러나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97년 이전 진출법인이 7.5억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이후 진출법인들은 6.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성공하기까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방증이다. 또 중소기업의 경우 일단 실패하면 완전히 말아먹기 때문에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기 일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업해외진출 성공의 조건’(2004년 7월)이란 분석자료에서 “해외진출이 결코 능사가 아니다”며 “현지에서의 환경차이, 차별대우와 같은 외국인비용을 상쇄할만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한채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마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출 전 세밀한 사전조사 필요=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하거나 고려중인 기업 대부분은 현지시장 상황에대한 철저한 사전조사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장쑤성 쿤산에서 도료업을 하고 있는 신모 사장은 “한국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노동문제가 꼽히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이직은 한국보다 심하고 임금도 계속 따라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장은 “중국 지방정부법과 중앙행정부법의 절충되는 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국내법 상식대로 중국법을 해석하면 안되며 중국에 오면 중국법을 따라야 사업에 실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장엔진까지 이전시 공동화 초래=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이 가면 협력 중소업체가 뒤따라가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제조업공동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중국으로 가는 업종은 제조업을 넘어 벤처·서비스·정보기술(IT)· 유통 등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산업연구원 하병기 박사는“해외로 가야할 기업을 막을 필요는 없지만 나가지 말아야할 차세대 성장기업들까지 국외에 나가게 될 때는 산업 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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