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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13억 시장을 잡아라]외제차·인력거 공존 ‘서부는 변신중’



【충칭(중국)=차상근기자】지난 92년 2월 덩샤오핑이 상하이, 선전, 주하이 등 경제특구를 전격 방문하면서 발표한 ‘남순강화’는 중국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같은 해 8월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한·중관계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이후 양국간 교류는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수교 이전의 중국은 여행은 물론 사업방문조차 쉽지 않은 나라였다. 사회주의 체제의 그림자가 온통 배어 있는 상황에서 양국 정부 모두 상호교류를 경원시했다.

홍콩을 경유한 교역과 투자가 일부 이뤄지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입국절차부터 숙박시설까지 모든 게 멀고도 먼 나라였다.

그러나 이후 12년 동안 모든 것이 바뀌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경제파트너가 됐고 한국은 중국의 3번째 교역상대국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동부연안 위주의 초고속 성장과정이 중서부 지역에서 재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김주영 부부장은 “현재의 서부지역 상황은 수교초기 우리기업들의 투자가 주로 이뤄졌던 랴오닝,지린성 등 중국 동북지방과 연해개방 도시 상황에 비해 많은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수교 12년, ‘상전벽해’=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91년까지 한국의 대중투자(실제투자 기준)는 101건, 6500만달러에 그쳤다. 이후 대중 투자는 급증하기 시작, 2003년 한해만 1676건 15억100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2149건 21억5700만달러를 기록하며 2002년 이래 최대 투자대상국이다. 신고기준으로는 36억3000만달러로 전체 해외투자액의 45%를 차지했다.

양국간 교역액은 92년 63억7000만달러에서 2004년 794억달러로 늘어나 12.5배 증가했다. 중국측 통계로는 18배나 된다. 중국 상무부는 올초 투자국 순위를 발표하면서 2003년 일본에 이어 4위였던 한국이 지난해에는 홍콩, 버지니아군도에 이어 3위라고 발표했다. 조세피난처인 버지니아군도와 홍콩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외국인 셈이다.

이같은 경제교류증가는 인적교류를 수반했다. 중국정부 통계에 따르면 92년 수교 첫해에 4만3000명이었던 중국을 찾은 한국인은 2003년 195만명이었고 지난해에는 46% 늘어난 284만명에 이르렀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도 92년 8만7000명에서 지난해에는 62만7000명으로 늘었다.

양국을 운항하는 항공편은 한국 6개 도시와 중국 22개 도시간 주당 380회에 달해 중국은 한국 항공사의 최다취항국이 됐다.

수교 3년전인 1989년 칭다오에 진출해 진출 1호가 된 ‘토프톤’(음향기기 부품업)의 염정순 부회장은 “청양구 공단지역에서는 첨단기업 대접을 받았지만 생활은 너무 불편했다”고 말하고 “출입국은 물론 투자과정, 수출입업무까지 홍콩을 경유하다보니 적지않은 비용이 들었으며 수교 이후에도 몇년간은 쉽지 않은 생활이 지속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내 후진국 ‘서부’=‘중국 전체 면적의 71.5%, 인구는 28.6%에 이르지만 국내총생산(GDP)비중 16.8%(2003년 기준), 1인당 GDP 660달러로 전국평균 988달러의 67%(2002년)’

중국통계연감에 나온 외형만 클 뿐 실상은 왜소하기만 한 서부지역의 중국내 현주소다. 그 위상이 하도 보잘 것 없어 지난 2000년 중국 정부는 지리적 개념을 떠나 과도하게 낙후된 서부 10개 성·시와 남부 광시·주자치구, 북부 네이멍구자치구를 하나로 묶어 50년짜리 초장기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중앙정부의 올인전략으로 인프라분야는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지만 산업발전에 정작 필요한 외자유치는 기대에 못미친다.

2003년중 중국으로 유입된 외자가 535억달러였으나 서부지역 유입액은 5%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4년간 서부지역 총 외자유입액은 75억달러에 그쳤다. 해마다 1개 성에 1억6000만달러 정도만 유입되고 있을 뿐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국기업들의 서부지역 투자규모는 중국전체의 2.1%인 2억달러, 131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쓰촨,샨시 등에 한정됐다. 총 교역액도 17억달러로 대중 총 교역액의 2.2%에 그치고 있다.

중국정부가 서부지역에 쏟는 관심에 비해 이익을 좇는 외국자본의 반응은 아직까지 시큰둥한 셈이다. 외자의 역할을 잘 알고 있는 중국정부는 2010년까지 기업소득세(법인세)를 15%로 감세하는 정책을 유지하는 등 외국투자기업에 대해 세제상의 각종 우대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부지역은 23∼33%다.

◇낙후된 만큼 큰 성장잠재력=윈난성 쿤밍시에서 고속버스로 한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스린시는 광시자치구의 계림과 유사한 관광도시다. 인구가 50만여명이며 관광지에는 평일에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그러나 시내중심가에는 마차와 인력거가 고급외제차와 뒤섞여 다니며 우리나라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상여행렬같은 게 대로를 지나기도 한다. 반세기전 풍경부터 21세기 첨단 디지털문명이 뒤섞인 혼란스런 중국 지방도시의 전형을 엿볼 수 있다.

동부연안도시의 슬럼화된 지역과는 달리 서부지역에서는 아직도 한세대 훨씬 이전의 생활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을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다. 미개발 지역이 많다보니 절대빈곤층 인구도 많아 서부지역 인구의 7%인 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중국 전체 빈곤 현(우리나라 군급) 592개 중 서부지역이 307개(중부지역 208개)를 차지한다. 인구 50만명 이상도시가 81개로 중국 전체 450개의 18.0%에 불과하다. 이는 서부인구가 중국 전체의 28%대인 것과 비교해도 크게 낮으며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인 농민인구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서부지역은 그동안 긴 물류 동선(고물류비용), 낙후된 인프라, 낮은 소득과 소비수준, 낮은 사회개방도, 폐쇄적 내수시장 등으로 인해 외국기업들로부터 별다른 메리트가 없었을 뿐만아니라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현재의 서부지역 여건은 우리가 중국진출을 본격화한 12년전의 연안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주장이 서부지역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코트라 청두 무역관 이영준 관장은 “서부지역에는 이미 세계 500대 기업 중 도요다, 모토로라, 이토오, 월마트, BP, MS, 컴팩, 쉘, 고베강철 등 80여개사가 투자한 상황”이라면서 “중국정부가 인프라 확충 예산의 70%를 쏟아붓는 것을 골자로 한 서부대개발정책의 성과물은 물론 풍부한 자원, 거대한 잠재 내수시장, 기존에 보유한 과학기술력 등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장은 동부연안에서 흘러들어오고 있는 중국기업간 내국거래나 홍콩, 대만기업의 투자물결도 무시못한다고 지적했다.

충칭인샹모터사이클유한공사 박우갑 사장은 “충칭과 쓰촨,샨시성 등은 전통적으로 항공산업을 비롯한 군수산업기지였다”면서 “풍부하고 저렴한 첨단기술인력 등을 이용한 첨단산업 발전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부부장은 “개발을 시작한 중앙아시아와 아세안 등과 이어지는 지정학적 위치도 큰 자산”이라며 “역사이래 최대 난관인 인프라문제가 좀더 풀린다면 서부지역의 미래는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csk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