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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가 서야 경제가 산다]자금난 악순환 막는 금융환경 시급



“이제 흑자로 돌아섰고 사업이 성장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전에 적자를 낸 것 때문에 돈을 못빌려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경남 울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Y사 박규태사장(가명·46)은 은행 얘기만 나오면 분을 삭이기 어렵다. 지난해 말 설비를 늘리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3년간 적자였기 때문에 안된다”는 대출담당자의 냉랭한 답변만 들었기 때문. 박사장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지 않느냐”며 “최근 실적이 중요하지 과거 실적이 무슨 소용이냐”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광주에서 스티로폴을 만드는 K사 문재신 사장(가명·51)은 지난달 공장과 기계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다 포기했다. “기계는 구입가의 30%, 건물은 감정가의 70%만 평가를 해준다”는 은행측의 답변 때문. 그는 “턱없이 낮은 담보평가때문에 울화통만 치밀었다”며 “사채를 써야하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연말 이후엔 은행들이 일제히 중소기업금융 축소에 나서면서 소위 잘 나간다는 중소기업들까지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우리 중소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하며 그 첫번째 과제는 금융부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복되는 악순환=지난해 상반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11.1조원으로, 전년 동기 26.6조원에 비해 절반 이상이 감소했고 은행대출 연체율은 지난 2003년 말 2.1%에서 지난해 5월 3.2%로 급등했다. 가동률은 60%대에서 2년 넘게 꿈쩍도 않고있고 자금곤란업체 비율은 지난 2003년 초 20.8%에서 30%대 중반으로 치솟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들 80%가 현 상황을 ‘위기상황’으로 진단하고 있고 방치할 경우 중소기업 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형편이 이런데도 제조업 전체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고용비중이 76%에 달하고 부가가치 비중과 생산액 비중도 2000년대 초 50%대를 넘어섰다. 현 중소기업 사태에 대한 긴급대책을 당장 세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적응과 모험에 유리한 중소기업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 경제의 ‘활력있는 다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발전여건을 시급히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용보증 환경조성 요원=중소기업 금융의 최대관건은 유망 중소기업들이 신용으로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금융환경을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것. 미국은 이미 지난 80년대에 연방정부 차원의 직접금융 지원프로그램을 대부분 폐지하는 대신 신용보증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 중소기업청의 기능도 ‘대출제공’에서 ‘대출기관 감독’으로 바꼈다. 특히 혁신형 중소기업엔 자본금의 3배까지 보증해 준다.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었던 일본도 90년대 버블 붕괴이후 금리를 인하하고 신용제도를 확충했다. 특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출자해 동반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나 은행이 말로만 신용보증 확대를 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은 대출이 필요없는 우량 중소기업에만 신용공급을 집중하는 바람에 일반 중소기업은 이래저래 고충만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직접금융 확충도 시급=안정적인 장기자금 공급원인 직접금융(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소기업의 직접금융 자금조달은 전체 직접금융 자금조달액(2004년 상반기 16.7조원)의 6%에 불과하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649억원에 비해 44.4%가 감소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발행시장에서 기업공개나 증자를 통해 장기 시설투자자금의 확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은행산업의 부실정리, 구조조정,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반면 은행의 금융중개기능 강화에는 미진했기 때문에 은행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입을 모은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중소 은행에 대한 BIS비율 규제 완화는 물론 금융중개기능 제고와 관련된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 대출확대를 유도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확대가 가능해 진다”고 지적했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