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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대주주 지분 탄탄 M&A 사실상 어려워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1 12:34

수정 2014.11.07 21:18



소버린자산운용의 LG그룹 주식 매집배경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소버린측이 21일 제임스 피터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의의 투자’임을 강조했으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증권업계에서는 L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가능성을 비롯해 다음달 중순 일전을 앞둔 SK에 대한 압박카드, ‘국내 주식시장의 약점을 이용해 대규모 시세차익의 노림수’, ‘SK에서 발빼기 위한 명분쌓기’ 등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M&A 가능성=소버린이 LG그룹 주식을 매집했다고 발표한 뒤 가장 먼저 부상한 시나리오가 ‘LG가 제2의 SK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소버린이 이미 2년째 SK와 지리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SK와 달리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현실적인 실현가능성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LG의 대주주 지분율은 51.51%, LG전자는 36.06%에 이른다. 증권전문가들은 LG의 경우 지분구조가 탄탄해 SK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버린측도 LG의 선진형 지배구조와 LG전자의 성장성 등을 들며 이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SK 압박용 카드=현재로서는 소버린이 SK 주총을 앞두고 자신들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버린은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과거 그룹의 부실을 초래했던 경영진의 퇴진과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등의 도입을 주장하며 SK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LG의 지배구조가 우수하다는 것을 부각시킴으로써 SK와의 상대비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SK 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소버린은 지난 18일 LG 주식 매입을 발표하기 직전, 일간지에 ‘주주권리’를 알리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SK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여왔다.

◇대규모 시세차익용=소버린은 ㈜LG와 LG전자를 대상으로 삼은데 대해 기본적으로 좋은 기업이며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고 성장성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힘들다.

소버린은 SK와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이미 1조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올리고 있다. 비록 소버린측이 경영참여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다르다. SK에서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소버린이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심리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소버린측이 바로 이를 노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SK 탈출 명분쌓기=SK에서의 투자수익을 고스란히 챙기기 위해 결별 수순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설도 제기된다.
소버린은 대규모의 평가차익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펀드’임을 내세운 그동안의 행적 때문에 SK에서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LG 주식 매집이 SK에서 탈출할 명분을 쌓는 동시에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SK의 주가하락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소버린은 지난해 말부터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하며 SK와 법정다툼을 벌이는 등 이미 정기주총 이후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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