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국민연금 ‘의결권 기준’ 보안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5 12:36

수정 2014.11.07 21:07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기금이 보유 주식에 대한 구체적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한 것은 그 동안 재계가 제기해왔던 연기금의 경영권 침해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위한 ‘공개된 원칙’을 통해 정치적 목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유혹을 사전에 차단할 방어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국내 최대 기금인 국민연금이 외국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와 같은 경영권 분쟁이 생길 경우 원칙적으로 현 경영진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의미가 크다. 이는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는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로서 권리 보호를 위해 보장돼야 하는 게 당연하다. 기업이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을 때 이를 견제하는 것이 투자자로서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는다는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것이다. 사실 2004년 말 기준으로 351개 기업에 총 12조3584억원을 투자하고 있고 이 가운데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만 72개가 되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의결권 행사가 필요하다. 외국 연기금들도 기업의 경영권에 적극 개입하는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대표적 공적 연기금인 미국 캘퍼스는 지난 87년부터 92년까지 5년간 42개 회사를 ‘집중감시 대상기업’으로 정하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연기금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국내 연기금은 사실상 정부의 영향 아래 놓여있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기업 경영진의 임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재벌정책 수단으로 의결권을 사용할 위험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더구나 이번에 마련한 기준에는 ‘현저한’이나 ‘지나치게’ 등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문구도 많다. 의결권 행사의 독립성은 연기금의 독립성과 직결된 만큼 연기금이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 결과적으로 투자자산의 안정성을 해칠 위험을 안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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