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일자리 창출 기여]‘투잡스’보다 전업사업자 키워야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2.27 12:36

수정 2014.11.07 21:03



서울 양천구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이영수(40)씨는 중견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직장 동료의 권유로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오후 6시에 퇴근한 뒤 5시간 정도 보상프랜 세미나, 제품 설명회에 참가하고 리쿠리팅 활동을 하고 밤 11시쯤 귀가한다.

그리고 토요일과 휴일에는 평일에 만나지 못했던 하위 사업자를 만나 지원하는 등 조직관리를 한다.

그는 “네트워크 마케팅은 일단 소비자를 확보하면 한달에 두차례씩 제품을 리필 해주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충분히 ‘투잡스’(Two Jobs)로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한 뒤 2년이 지난 현재 이씨의 월 평균 부가수익은 40만∼130만원 선으로 짭짤한 편이다.


또 대구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을 하고 있는 신현미(52)씨는 본업의 장점을 살려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전업한 경우다.

보험회사에 다녔던 그는 평소 많은 사람과 보험 상담을 해오다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의 물건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부업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을 지난 2000년 시작했다. 당초 보험상품을 설명하면서 네트워크 마케팅 제품을 판매해 월 20∼30만원의 부가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하위 사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부업 수익이 훨씬 좋아졌다. 그는 지난해 본업인 보험설계사를 접고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전업, 월 평균 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자기 돈 없이 맨주먹으로 시작해 억대 연봉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20%에 이르는 인구가 네트워크 마케팅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마케팅의 회원에는 ‘단순 소비형 회원’과 소개 행위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사업가’로 구분된다. 말하자면 회원은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가 취급하는 물건을 일반 소비자보다 싸게 구입하기 위해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에 등록한 회원이며, ‘사업자’는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소개해서 판매해 그에 따른 수당을 챙기는 판매원이다.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얼마나 많은 물건을 소개해서 판매했느냐, 또 자신의 권유로 회원이 된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활동했느냐에 따라 직급이 결정되고, 그에 따른 별도의 수당을 받는다. 이에 따라 사업자도 ‘부업형 사업자’와 ‘전업형 사업자’로 다시 구분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2003년 다단계 업체 세부정보’에 따르면 국내 총 네트워크 마케팅 회원은 2003년 말 현재 약 446만 명에 달한다.

업체별로 후원수당 산정방식이 다르지만, 상위 1%에 속한 고소득 판매원의 연간 평균 후원수당은 821만 3000원∼1억 7951만7000원, 상위 1% 이상 6% 미만은 39만 8000원∼4314만 8000원, 상위 6% 이상 30% 미만은 5만 7000원∼1098만 6000원이었다. 나머지 70%에 이르는 다수 판매원들의 연간 수익은 거의 없거나 수익으로 치기에는 무의미한 액수의 수당에 만족해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회사로부터 후원수당을 받은 사람(사업자)은 전체의 36.1%인 160만8100명이다. 나머지 285만1900명은 소비를 목적으로 한 ‘단순 소비형 회원’인 셈이다.

의미있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전업형 사업자’는 상위 6%선인 28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실제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고 있는 규모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3000여 개에 달하는 납품업체와 물류 등 협력업체를 감안하면 일자리 창출효과는 최소 100만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웬만한 사장 부럽지 않은 일년 수입이 1억원 이상 되는 사업자가 4000명(0.1%)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창출된 일자리의 지속률은 타 업종과 비교할 때 창출 지속률의 경우 월등하지만 소멸 지속률의 경우 상당히 높다.


경기불황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액 연봉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한탕주의식 상혼에 편승한 사기를 부추기는 업체로 고용효과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규환 중앙대 네트워크비지니스과정 교수는 “국민 10명 중 1명이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사기성 업체의 도산과 일부 사업자의 허황한 꿈으로 장기적인 고용창출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며 “판매원 등록제를 실시하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전업형 사업자를 육성하는 게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발굴을 통해 간접적인 고용 확대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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