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허울뿐인 지배구조제도/신성우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19 13:01

수정 2014.11.07 19:09



“우리나라 지배구조제도의 틀은 선진국에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합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상장법인들의 지배구조 평가시즌을 맞아 우리나라의 현 지배구조제도를 이렇게 진단했다. 활용의 묘(妙)를 못살려 많은 기업에서는 여전히 제도 자체만 존재할 뿐이라고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오는 6월이면 상장법인들의 지배구조 ‘성적표’가 발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매년 상장법인들의 지배구조 평점 및 등급을 매기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에서는 현재 평가작업이 한창이다.

이를 통해 나온 상장법인들의 지배구조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것만 봐도 주주 및 시장의 감시수단으로 활용, 기업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는 모든 상장법인의 지배구조를 평가한 뒤 우수한 상위 100사를 선정, 해당 기업의 동의를 물어 등급을 공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공표에 찬성한 66사의 명단만이 발표됐다. 등급공표에 반대하거나 100위 미만의 법인들은 평가 결과를 제공받게 된다.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는 이같은 지배구조 평가 결과가 기업들이 거부하면 주주들조차 파악할 수 없는 사실상의 기업 내부문건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서강대 박영석 교수가 최근 논고에서 “지배구조 평가 결과를 기업경영자(CEO)가 주주총회에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의 영향력에 의해 기업이 자신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또한 대출심사 때 지배구조 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다.
지배구조 평가 결과가 우수하면 지배구조 리스크가 작아 금융기관으로서는 채권 부실화 위험이 줄어든다. 기업으로서는 지배구조 평가 결과가 곧 경쟁력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지배구조 평가 결과가 기업경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당국이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되짚어 볼 시점이다.

/ swsh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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