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들의 투자취향이 삼성에서 LG로 바뀐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전기·전자 업종에서 삼성과 LG에 대해 상반된 투자패턴를 보이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두 그룹에 대해 상반된 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단기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약 1372억원(30만1752주) 순매도했다. 최근 9거래일 연속 팔자우위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삼성전기도 각각 389억원(38만6697주), 98억원(40만606주)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이 기간에 LG계열사에 대해서는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LG전자 281억원(43만1429주), LG필립스LCD 502억원어치(86만1767주)를 각각 사들였다.
두 그룹에 대해 외국인들이 이처럼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것은 실적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 계열사는 올해 1·4분기 실적이 거의 모두 어닝쇼크에 가까웠던 반면 LG전자는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을 거두었다.
한화증권 안성호 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1·4분기 실적발표 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놓은 전기·전자업체”라면서 “삼성전자, 삼성SDI 등이 초라한 성적표로 고전할 때 일시적으로 외국인들의 관심을 더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희연 애널리스트는 LG필립스의 경우 “주식 유통물량이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해 액정표시장치(LCD) 경기 호전과 함께 주가 상승여력이 큰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같은 ‘삼성·LG간 선호도 차이’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증권은 22일 “삼성전자는 현재 D램부문 원가가 예상보다 높고 향후 낸드플래시 역시 공급과잉 상태에 처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둔화 추세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중립’의견을 제시하고 목표가격도 48만원으로 내렸다. BNP파리바증권, CSFB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LG전자에 대해서는 “2·4분기 휴대폰 판매가 호조로 돌아서며 큰 폭의 실적회복을 나타낼 것”이라며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목표가 8만5000원을 제시했다. 같은날 골드만삭스도 LG전자의 목표가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비슷한 사업영역의 삼성SDI와 LG필립스에 대해서도 BNP파리바증권은 각각 목표가격 하향과 상향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는 등 외국계 증권사들의 시각이 삼성과 LG를 뚜렷이 구별되고 있다.
/ lhooq@fnnews.com 박치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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