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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항공기분쟁 핵심은 美군수예산



미국과 유럽연합(EU)간 항공기 보조금 마찰의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군수예산을 노린 양측간 경쟁이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 시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중재 요청하고 EU 역시 보잉에 대한 같은 의혹을 WTO가 판정해 주도록 맞받아친 것은 단순한 항공기 보조금 시비 이상의 성격을 갖는다고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의 군수산업 전문가 폴 비버는 “이는 군수산업 경쟁측면에서 봐야 한다”면서 연간 4000억달러로 세계 최대인 미국의 군수예산에 유럽이 눈독을 들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독점해 온 항공기 시장에서 에어버스가 2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에어버스는 750억달러 규모의 공중급유기 500대 이상을 구입하려는 미국 공군에 집요한 로비를 해왔고 이를 눈치챈 보잉이 잔뜩 긴장했다는 것이다.

비버는 백악관이 지난 1월 대통령 전용기를 포함한 헬리콥터 23대를 유럽에서 구입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50년간 백악관 헬기 수요를 독점해온 미국 업체 시코르스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비버는 공중급유기까지 빼앗길 경우 에어버스가 처음으로 미국 땅에서 항공기를 제작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미측이 긴장하고 있다면서 이런 배경 때문에 양측이 WTO 맞제소에 이어 결국 똑같이 다음 단계의 대결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터 만델슨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지난달 31일 보잉 보조금 문제를 WTO에 심판해주도록 요청하면서 “미국이 두려워하는 것은 보조금이 아니라 경쟁”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유럽은 보잉의 황금알 비즈니스인 군용기 부문과 나아가 우주항공 프로그램까지 파고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보잉 역시 유럽이 자기네 일자리와 신기술 보호를 위해 역내 군수산업의 빗장을 걸어잠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견제한다는 입장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비버는 2년마다 열리는 파리 에어쇼가 곧 시작된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대서양 양안의 항공기 보조금 시비가 고조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보잉과 에어버스간 ‘기싸움’이 더욱 가열되는 장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