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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산업]“품만 팔고 수익성 의문” 주저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7 13:07

수정 2014.11.07 17:49



정부가 건설경기 회복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민간투자유치사업(BTL)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가 5%대 성장을 위해 급조한 민간투자유치사업임에도 건설사와의 불협화음과 금융기관의 비협조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일 기획예산처와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28개 사업에 총 6조2000억원 규모의 BTL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키로 했으나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BTL사업의 가장 큰 고객인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BTL사업이 학교나 하수관거, 군막사 시설 등 소규모 공사가 대부분이어서 ‘품’만 많이 들고 ‘수익’은 별로 올리지 못한다고 판단, 참여를 꺼리고 있다. 실제 올 BTL대상 사업 128건 중에서 대형건설사가 관심을 가질만한 500억원 이상 공사는 35.2%인 45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쌍용건설 BTL담당 강용식 차장은 “하수관거의 경우 기획예산처에서 당초 6개권역 2000억원 단위로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반발로 200억∼300억원씩 쪼개져 17개 권역으로 나뉘어 메리트가 상실됐다”고 말했다.


그는 “번들링(소규모 공사를 여러개 묶어 대단위 공사로 만듦) 규모를 500억원 단위로 해야 하는데 규모가 너무 작다보니 사업참여가 쉽지 않다며 적정한 규모의 BTL공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중소건설사들은 더욱 절박하다. 학교, 하수관거 등 전통적으로 지역 중소건설사들의 영역이었던 공사가 BTL로 추진되다 보니 일감부족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안양에 본사를 둔 신한건설 유주현 회장은 “BTL사업 중 학교공사는 지자체가 재정사업으로 추진했던 것으로 모두 지역 중소업체 물량이었다”면서 “따라서 70억원 미만인 소규모 학교공사는 BTL사업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경기지역 중소업체의 서명을 받은 탄원서를 7일 국회와 기획예산처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다 금융기관의 참여도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기금이야 어쩔 수 없이 정부시책을 따르겠지만 일반 금융기관은 사정이 다르다. 기본 일반 민자사업의 수익률은 9∼10%에 달하는데 비해 BTL사업은 국채 수익률 5%+α에 불과한 상황에서 누가 선뜻 참여를 결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개별 사업체 참여를 적극 이끌어 내기 위해 “현행 15% 이하로 제한돼 있는 은행권의 SPC(건설사+운영전문사+금융기관) 투자지분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 외에 인프라펀드 투자자 배당소득에 대한 저율과세 부과, 기부채납시 영세율 적용 방안 등도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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