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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6월말 퇴임 예정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리비아 우발채무 완전 해소”

김시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7 13:07

수정 2014.11.07 17:48



한국 물류업계의 산증인 곽영욱 대한통운 사장이 이달 중 퇴임한다.

곽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사퇴의사를 밝혔으며 법원과의 계약 종료시점인 25일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곽사장은 지난 64년 대한통운에 입사한 후 99년 사장을 거쳐 2000년 11월 대한통운이 모기업인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동반 부도가 난 뒤 최고경영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되는 등 41년간 재직해왔다.

그동안 12단계이던 결재라인을 3단계로 줄였으며 개인자산을 담보로 내놓는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펼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매진해왔다. 그 결과 99년 889억원의 적자회사를 지난해에는 매출 1조1200억원에 순익 609억원의 알짜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로부터 4년 연속 우수관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법원은 곽사장이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곧 후임 관리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은 외부 인사가 맡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통운의 경우 현직 사장이던 곽사장이 관리인으로 임명됐던 전례에 미뤄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사 중에 관리인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와함께 곽사장의 퇴임으로 대한통운 정상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수면 위로 적극 부상할 것으로 보여 향후 대한통운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곽사장을 만나 퇴임결심 배경과 소감을 들어봤다. 다음은 곽영욱 사장과의 일문일답.

―왜 떠나기로 했나.

▲지난해 12월27일 리비아 정부와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인수 시공키로 합의해 13억달러에 달하는 리비아 리스크를 해소한데 이어 지난 2일 리비아 우발채무 2억6700만달러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등 13억달러를 완전히 털었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가야 하는데 이때 떠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2년씩 3번 6년에 걸쳐 회사를 맡아왔다. 4년 연속 우수관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도 실질적으로 정상화됐다. 회사가 정상을 되찾도록 힘써준 법원에도 고맙게 생각한다. 행복한 퇴장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두가지가 있다. 99년 취임 당시 동아가 워크아웃되면서 알짜우량기업인 대한통운을 팔아서라도 동아건설을 살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급보증관계로 매각이 불발로 끝나자 합병을 통해서 동아건설을 회생시키려고 했다. 온몸으로 막았다.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하나는 법정관리 후 흑자경영을 통해 서소문동 본사 사옥을 구입한 일이다. 1억원도 못빌려 쓸만큼 어려웠지만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열심히 일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은 엉망이던 재무제표가 정상을 되찾았다. 자기자본 64%에 현금유동성이 1500억원에 달하지 않는가.

―대한통운에 남은 숙제가 있다면.

▲우발채무는 완전히 해소했다. 동아가 하던 프로젝트인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완벽히 끝내는 일만 남았다. 공사가 성공리에 완수되면 ‘ 최종준공증명서(FAC·Final Acceptance Certificate)’를 받게 되는데 리비아에서는 발급에 참 인색하다. 내년 6월 끝나는데 FAC를 받아 깔끔히 마무리했으면 한다.

―대한통운 직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대한통운에 입사했을 적에 한국은행이 최고의 일터였다. 그래서 예전엔 한국은행같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으로 바꿨다. 41년 일하고 중간에 퇴직금 정산하고 이제 9900만원 받고 떠난다.
다른 직원들은 나처럼 돼서는 안된다. 물류회사의 삼성,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싶은 물류회사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아울러 대한통운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물류회사로 도약해 물류한국의 중심에 섰으면 한다.

/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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