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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현대의 신화]사회발전 기만하는 대중매체 고발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8 13:07

수정 2014.11.07 17:48



비프스테이크와 감자튀김, 아인슈타인의 뇌와 시트로앵자동차, 플라스틱, 라신느와 스트립쇼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존재하는 것일까? 첫눈에 그저 그렇게 심드렁하게 보이는 대중매체에 반영된 일상사의 소소함들에 감춰진 그 어떠한 공통적인 ‘신화’체계에 대한 추구가 롤랑 바르트(1915∼1980)의 ‘신화(Mythologies)’(1957)에 담긴 메시지이다.

바르트는 신화라는 개념을 대중문화의 현상들에 대입 시도한 최초의 작가군에 속한다. 바르트는 신화는 바로 ‘파롤’과 다름이 아니며, 신화는 기호학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논지는 후에 움베르토 에코 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 실린 바르트의 에세이들은 1954년부터 1956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당시 프랑스 사회의 시의적 사건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대중문화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과 이데올로기적 비판을 가하고 있다.

우선 바르트가 출발하는 지점은 현대의 대중매체는 기호화된 메시지를 재생산함으로써 사회 발전의 역사적 토대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구상의 상이한 민족과 인종들이 지닌 보편성만을 강조하는 파리의 어떤 사진 전시회에 대한 에세이에서 바르트는 상이한 역사 사회적 제반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인류 보편적인 상호 동질성만을 강조하고 신화화하는 것은 식민경험을 지닌 저개발 사회와 불평등 노동 조건이라는 여러 현실 상황들의 역사적 제조건들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프랑스국기 앞에 경례를 하는 군복 차림의 프랑스군인의 모습을 실은 어떤 잡지의 표지사진을 통해서는 사회전반에 그러한 프랑스 식민주의 정신의 잔존과 암묵적 지지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이러한 식민지주의 신화를 특정 목적에 악용하려는 사회적 함의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바르트가 여러 가지 일상사의 경험들 속에서 독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사안들의 내적 의미망을 고착화시키고 진부한 시각만을 제공하는 ‘신화’들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이를 위한 바르트의 기호학적 글쓰기는 무척 비일상적인 상호비교를 하고 있는데 가령 자동차와 고딕 성당의 비교라든지 플라스틱과 연금술과의 비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적인 대중매체가 만들어내는 과장된 기호들의 난무를 다시금 특유의 과장되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바르트의 에세이를 읽는 독자들은 깨닳게 된다. 우리를 둘러싼 이 사회의 모든 현상이 숨은 의미를 지닌 기호들이며, 우리가 그 기호들의 의미현상을 인지하게 되면 그 기호들을 그처럼 편안하게 소비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김영룡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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