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부처마다 ‘나대로’ 정책,재경부 조율기능 ‘마비’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재정경제부가 요즘 정책조율에 애를 먹고 있다. 시장 자율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부처들이 자기 목소리를 적극 내고 있어 재경부의 ‘교통정리’ 기능, 즉 지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발표된 자영업자 대책은 당초 재경부가 중소기업청을 비롯, 5∼6개 부처의 정책을 최종 통합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를 대통령 직속기구인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통합해 발표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주무부처가 재경부에서 중기특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영업자 대책과 같은 것은 당연히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가 주도하는 것이 맞는데도 대통령이 왜 직접적인 상관도 없는 중기특위에 일을 맡겼는지에 대해 뒤늦게 이런저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직속기구인 중기특위가 재경부 브리핑에 주로 사용되는 과천 정부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대책을 발표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재경부가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중기특위에 일을 맡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당연히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경부에서 주도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지난 1월 중기특위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직접 중기특위가 맡아 일을 추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그렇게 정리가 된 것이지 재경부가 업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논박했다.

이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책이 발표된 지 며칠만에 뒤바뀐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기특위에서 복지부나 건교부와 많은 협의를 했을 것”이라면서 “자영업자 대책 추진과정에 대해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등록세 폐지 여부에 대해서도 재경부는 여당과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28일 당정협의가 끝난 후 여당은 장기적으로 등록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정부측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등록세 폐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등록세 폐지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쌩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담뱃값 추가인상 논쟁은 경제부처간 손발이 안맞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복지부는 장관까지 나와 재경부도 합의해준 것이라며 오는 7월 500원을 기필코 추가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는 “(담뱃값 추가인상은) 잠정 계획했던 것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복지부의 7월 인상안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이처럼 재경부의 정책조율 기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처 내에서 재경부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경제현상이 다양해진 데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경제부처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논란 같은 것은 과거 재경부가 담배인삼공사를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던 시절에는 논란이 될 수 없었던 일들이다. 경제규모가 커져 모든 경제정책을 재경부가 혼자서 처리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경부가 경제정책을 혼자서 결정하는 시대는 분명 아니다”라면서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각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예전보다는 신경써야 할 것도 더 많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