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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집값 왜 오르나]강남·서초·송파 하반기 공급‘0’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10 13:08

수정 2014.11.07 17:44


경기 성남시 분당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값이 1억원씩 오른다"며 "우리집이 오르니 싫진 않지만 이게 제대로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들 지역 집값 급등세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강남은 수요에 비해 중대형 평형 공급이 부족하고 경기 분당과 용인은 판교발 영향이, 경기 과천은 재건축이 진행됨에 따라 집값이 올랐다. 하지만 이것만을 원인으로 보기에는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집값 급등현상이 정부의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정책과 고질적인 주택공급부족, 일부 투기꾼들의 시세조작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한다.

서울 강남권 및 수도권에 신규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가 발표가 분당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양도세 등 세금 인상이 시세에 그대로 전가되면서 집값 폭등을 견인했다.


급등세가 지속되다보니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매물을 거둬들여 호가만 뛰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른 양도소득세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는데 일조해 집값 상승을 부추긴 셈이다.<편집자주>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빅3지역의 올 하반기 아파트 공급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2∼3년 뒤 공급 부족현상이 현실화될 경우 집값 폭등 등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주택협회는 “84개 회원사가 내놓은 공급 계획을 분석한 결과 집값이 치솟고 있는 강남, 서초, 송파지역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단 한 곳도 없으며 이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이들 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9293가구로 송파가 5903가구로 가장 많았고 강남 3164가구, 서초 226가구였다.

◇강남 빅3 아파트 공급 ‘0’=주택협회 집계에 따르면 10가구 미만 임의 분양을 제외하고 6월 말 예정된 서울 6차 동시분양 706가구를 끝으로 7월 이후 아파트 공급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6차 동시분양에 선보이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1단지 290가구, 강남구 삼성동 AID차관 416가구가 사실상 마지막 물량인 셈이다. 그마저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중대형 평형이 아닌 10∼20평형대의 소형 아파트가 전부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강남 빅3지역에 공급되는 물량은 경남기업과 SK건설이 계획하고 있는 고급빌라 49가구 유일하다”고 말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올 하반기 강남권 분양은 서초동에 짓는 고급빌라 32가구 외에는 없다”면서 “사실상 강남권 분양은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내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방 진출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SK건설이 강남구 논현동에 계획하고 있는 고급빌라는 100평 규모의 17가구에 불과하다.

일부 대한주택건설사업협회 소속 중견건설사 등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물량과 주상복합이 있겠지만 규제 강화와 주택경기 침체로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형사 내년에도 강남 분양 포기할 듯=대형건설업체들은 강남권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분양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사실상 재건축 외에는 아파트를 공급할 수단이 없다”며 “그마저도 소형의무비율, 용적률, 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규제로 메리트가 상실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S는 서초동에 단순시공 형태로 건립하는 오피스텔 외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강남권 공급물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건설은 강남권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일부 자투리 땅을 제외하고는 사업할 수 있는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강남권에 대한 내년 아파트 공급도 중단될 처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투리 땅을 이용한 고급빌라나 오피스텔 공급은 가능하겠지만 자체 또는 재건축을 통한 대량 공급은 불가능해 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업승인이 나지 않는 아파트는 모두 후분양제 대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2년여간은 아파트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다른 대형사들도 비슷한 처지여서 상당기간 ‘공급공백’에 따른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확대 위한 대책마련 절실=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재건축 활성화, 인근 그린벨트 해제, 대체 신도시 조성 등을 꼽고 있다.

주택협회 김종철 부회장은 “택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건축 규제를 풀어 공급할 수 있는 방안과 대체 신도시를 개발, 강남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박사는 “내년 강남권 입주물량이 1만5000여가구라는 정부 발표대로 입주 물량은 풍부하다.
하지만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추세라면 2∼3년 뒤에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폭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강남 택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우면산 등 그린벨트 지역을 일부 해제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정용 연구위원은 “강남 빅3지역 집값은 그동안 대형평형 위주로 올랐는데 공급부족이 심화되면 소형평형까지 들썩일 수 있어 중대형 위주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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