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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포럼]인적자본과 황우석 교수/김영식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한때 정부의 모든 기획 문서의 서두를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라는 말이 장식하던 때가 있었다. 지식기반사회가 오고 있으니 그에 맞게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논리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지식기반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에 경탄을 금치 못하는 것도 지식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인 지식기반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식기반사회는 이미 미래가 아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식기반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지식은 도대체 어떤 지식일까. 예전에는 지식이 책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학생이 있는 집이라면 다들 백과사전 한 질씩은 갖추고 살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치를 갖는 지식은 그렇게 백과사전에 활자로 박혀 있는 지식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이 대단한 가치를 갖기 힘들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대단한 이유는 그가 갖고 있는 지식을 지금 당장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까닭은 그의 지식이 그만의 것이기 때문이며 그가 지금까지 힘들게 공부한 과정과 실험한 경험들이 녹아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황우석 교수의 지식은 그에게 ‘체화(體化)’돼 있는 지식인 것이다.

그렇게 체화되어 있는 지식을 일컬어 어려운 말을 쓰기 좋아하는 학자들은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해서 백과사전을 보면 알 수 있는 ‘형식지(explicit knowledge)’와 구분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치있는 지식이 체화된 지식이라면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 즉 인적자원은 지식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지식기반사회의 도래’가 그랬던 것처럼 요즘 ‘인적자원’이 국내외에서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교육은 최선의 경제 정책’이라고 해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재출범하면서 미국 혁신을 위한 3대 의제의 하나로 ‘탤런트(talent)’를 거론했던 것도 인적자원 개발의 가치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인적자원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떴다. 2001년 이미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개편하고 인적자원 정책의 조율을 위한 범정부적인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

5년이 채 안된 지금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점도 있긴 하지만 여러 한계에 부딪히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기에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비록 교육인적자원부가 출범하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인적자원 정책 추진 체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교육부총리가 의장인 인적자원개발회의는 관계부처의 장관만으로 구성돼 정작 인적자원의 수요처인 산업계와 노동계의 요구가 정책화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지 못했다.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정책, 고용 정책, 복지 정책 들이 제각각으로 추진되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각 부처의 인적자원 정책을 실제로 조율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지지 못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인적자원, 남들이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지식을 갖춘 인적자원을 양성·활용하기 위한 인적자원 개발 추진 체제 개편을 시작하고 있다.

먼저 산업계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전환하기 쉽도록 관계부처 장관만으로 구성된 인적자원개발회의를 대신해 산업계와 노동계 등 각계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국가인적자원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어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국가인적자원위원회는 단순한 정부 기구가 아니라 앞으로 국가 운명을 좌우할 인적자원개발을 위해 민관의 지혜를 모으는 장이 될 것이며 국가인적자원개발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다.

또한 국가인적자원위원회에서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고급 첨단인력과 전문서비스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국가 역량을 결집할 것이며 동시에 중?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능력을 개발하여 모두가 자신의 능력껏 일하고 그 보상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참된 복지사회의 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첨단인력의 양성과 참된 복지 구현은 그 방향이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잠재된 능력을 개발해 그를 활용할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사회 통합의 지름길일 것이다.

정부는 지금 황우석 교수와 같은 인적자원 복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100명, 1000명의 황우석 교수가 나와 우리나라를 인적자원 강국, 더 살기 좋은 세계 속의 중심 국가로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